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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6일 14: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계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관세 압박과 수익성 둔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은 발 빠른 조직 개편과 인재 재배치를 통해 위기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인사가 '성과 평가의 마무리'였다면, 올해는 '위기 대응의 출발점'으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사업 리밸런싱·세대교체·리더십 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안은 주요 그룹들의 인사 전략을 <IB토마토>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출처=연합뉴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올해 재계 정기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의 고율 관세, 노란봉투법 시행, 상법 개정 등 국내외 리스크가 겹치며 주요 그룹들이 신속한 조직 개편과 리더십 재정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 역시 조기 인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APEC 직후 11월 초 분수령…“재계 인사 시즌, 최대 한 달 가량 앞당겨질 듯”
1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오는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는 11월 초를 기점으로 정기 인사 시즌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11월 말~12월 초에 진행하던 임원 인사보다 3~4주 빠르다. 각 그룹들은 내년도 사업 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글로벌 변수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조직 기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기 인사의 배경에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기업들의 생존 전략 모색이 시급해진 현실이 자리한다. 미국의 자국우선 통상정책과 금리 고착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후속 조치 등 대외 리스크가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연말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 모양새다.
여기에 국회가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고, ESG 규제 강화 등 정책 변수도 예정돼 있어 연내 경영 전략을 조기 확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또한 각 그룹별로 경영 정상화와 미래 사업 재편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맞물려 있다. 삼성그룹은 10년 넘게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며 ‘뉴 삼성’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003600)그룹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사업 리밸런싱에 집중하고 있으며,
LG(003550)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축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에는 한 해 실적을 마무리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12월에 인사를 단행했다”며 “올해는 4분기 실적은 물론 내년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경영계획 수립 전에 조직을 먼저 재정비해 위기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와 리더십 재편…‘위기형 리더’ 전면에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의 임원 승진 규모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긴축 기조 속에서도 40대 임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역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반도체·AI·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40대 부사장과 50세 미만 임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성과주의 인재의 대거 발탁이 예고되면서 세대교체 폭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정기 인사를 발표한
신세계(004170)그룹은 8개 주요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실적 부진을 겪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개선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김혜양 글로벌 헤드헌팅기업 유니코써치 대표는 “미국 관세 강화 등 대외 변수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인사에서는 AI 산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젊은 경영진이 전면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룹 내부 인사뿐 아니라 외부 인재 영입도 적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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