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원장 인선 ‘잡음’… 후보군 3명 모두 자격 논란
IFRS 해석자 한종수, "일탈회계 유지, 회계투명성 영향 없어"
정석우 품위논란·박재환 연구부정 등
일탈회계 간담회 파문에 기준원 독립성 훼손 우려 확산
2025-11-25 15:16:15 2025-11-25 18:38:08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한국회계기준원의 차기 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3명의 인물이 연구부정, 품위손상, 이해상충에 더해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이력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삼성생명(032830) '일탈회계'와 관련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거론 대상 중 한 명이 삼성 측 논리를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계기준원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그는 2015~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제회계기준의 공식 해석과 개정 논의에 참여해왔습니다. 그러나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감리 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요청으로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건은 올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어 독립성 훼손 논란은 해소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8월 금감원이 주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한 교수는 일탈회계 유지를 정당화하는 발언들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일탈회계를 유지해도 국제 회계투명성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한국이 국제회계기준을 반드시 100%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회계기준서 어디에도 일탈이 한시적이라는 문구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회계투명성이나 국제사회 시선 때문에 일탈회계를 바꿔야 한다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일탈'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이 100% 정답이 아닐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삼성생명 측과 유사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 다른 거론 인물인 정석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품위손상 논란이 불거진 상태입니다. 그는 올해 3월 만취 상태로 강의실에 들어와 욕설과 폭언을 해 학생들의 항의를 불러왔고, 이후 GS건설(006360)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정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으며, 2019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서 그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세 번째로 하마평에 오르는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7년 발표한 논문이 법원에서 표절로 판결되면서 2021년 한국회계정보학회로부터 논문 철회와 3년간 투고 금지 제재를 받은 인물입니다. 박 교수는 정석우 교수의 후임으로 2016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됐으며, 2018년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를 바탕으로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준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 논란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준원장 인선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금감원장이 삼성생명 회계처리 정상화를 강조하는 등 삼성생명 일탈회계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의견서를 냈던 인물까지 후보군으로 오르다 보니 '삼성이 민다', '삼일회계법인이 민다'는 말까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K-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회계기준원이 오랫동안 협의하며 한국 실정을 사전에 반영해 만들어온 체계인데, 일탈회계를 정당화하는 주장은 이런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제기준을 상황에 따라 임의로 비껴가도 된다는 식의 사고는 그러한 노력 자체를 부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회계기준원의 역할을 스스로 폄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을 가진 인물이 원장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달 초 생명보험협회가 삼성생명 일탈회계와 관련해 금감원에 공식 질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국감에서 금감원장이 밝힌 것처럼 이 사안은 질의·회신 절차를 통해 국제회계기준의 원칙에 따라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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