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부가 내년 순차적으로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 재할당을 추진하면서, 과거 경매가를 기준으로 약 15% 할인된 대가를 적용하는 대신 5G 단독규격(SA) 서비스 제공을 의무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또 사업자들이 2031년까지 5G 실내 무선국을 얼마나 추가 설치하느냐에 따라 재할당 대가를 최대 3조2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낮춰주는 투자 연계 할인 구조도 제시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티스퀘어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 방안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이번 재할당 대상 주파수는 이미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가치가 평가된 만큼 기존 경매가를 참조하되, 5G SA 도입으로 LTE 가치가 하락한 점을 반영해 약 15% 할인된 수준에서 대가를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LTE용 주파수라도 앞으로는 5G 이상 기술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일부 대역은 기존 5~10년이던 이용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등 6G 시대 전환을 대비한 제도 개선도 예고했습니다.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티스퀘어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 방안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재할당 대상 중 2.6㎓ 대역의 대가 산정 방식을 두고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가 정면 충돌했습니다. 정부가 과거 경매·재할당 대가를 기준 가격 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까닭입니다. 현재 SK텔레콤은 해당 대역에서 60㎒, LG유플러스는 40㎒를 보유하고 있지만 과거 낙찰가 차이는 큽니다. SK텔레콤은 2016년 경매에서 초광대역 구성을 위해 1조2777억원을 지불한 반면, LG유플러스는 2013년 동일 대역을 4788억원에 확보한 뒤 2021년 재할당 과정에서 LTE 가치 하락을 이유로 27.5%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를 ㎒당 연간 단가로 환산하면 SK텔레콤은 21억3000만원, LG유플러스는 10억9000만원으로 약 2배의 격차가 납니다.
SK텔레콤은 "같은 용도로 쓰이는 주파수인데 과거 시점 차이로 가격이 2배 가까이 벌어지는 건 불합리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성석함 SK텔레콤 부사장은 "LG유플러스 장비를 SK텔레콤 망에 꽂아도 운용에 문제가 없을 만큼 동일한 대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당시 시장 환경과 기술 조건이 달랐던 만큼 SK텔레콤이 스스로 높은 가치를 평가해 비싼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박경중 LG유플러스 상무는 "2013년 2.6㎓는 장비도 단말도 없는 불모지였고, SK텔레콤은 2016년 기술 발전을 고려해 초광대역 활용 가치를 높게 잡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같은 논쟁 속에 학계는 정부 방식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안정민 한림대 교수는 "전파법 시행령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직전 할당 대가만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0년 전 경매가가 지금도 영향을 미친다면 초등학교 2학년 때 미래가 결정되는 것과 같다"며 동일 대역 내 가격 차등의 합리적 근거를 요구했습니다. 김예원 세종대 교수 역시 "재할당은 과거 거래 가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현재 기술·수요 변화가 반영되지 않는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이날 합리적인 주파수 재할당 제도개선 방안 검토 리포트를 내고 "주파수 재할당은 신규 할당과 달리 기존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과거의 비용 회수보다는 5G SA 전환 투자, 요금 인하 효과 등 미래 지향적 요소를 대가 산정에 더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공개 설명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을 검토·반영해 연내 최종 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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