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쿠데타 1년)계엄 포고문, 군사정권 연상…헌법 77조 위반 등 '국헌문란'
계엄 포고문 1항엔 '국회 기능 정지' 담겨 …'계엄 해제 요구권' 무력화 조치
'처단'이라는 말 2번이나 언급, 영장주의 등 위반 …군사정권보다 더 폭력적
헌법재판소 "계엄 선포는 중대한 위법…헌법 수호 의무 저버린 대통령 파면"
2025-12-02 14:57:54 2025-12-02 14:58:07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024년 12월3일 밤 11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발표됐습니다. 윤석열씨가 이날 밤 10시23분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한 지 30분 만이었습니다. 포고문은 첫 문장에서부터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12·3 계엄은 헌정 사상 17번째 계엄입니다. 그러나 역대 계엄 포고문 중에서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포고문에 '처단'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등장한 것도 처음입니다. 사실상 계엄사령부의 '말을 듣지 않는 국민은 죽이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처럼 윤석열씨의 계엄 포고령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보다 폭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위헌적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계엄 포고문은 헌법이 정한 국가 통치 질서 및 국민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함으로써,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에서 작성됐습니다. 포고령 1호부터가 위헌이었습니다.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제도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씨를 파면한 것도 계엄을 선포한 그 자체가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4월4일 윤씨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면서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윤씨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12월3일 22시30분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기관' 건드린 포고문 …1항부터 위헌
 
12·3 계엄 포고문 1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입니다. 1961년 박정희정권 이후 작성된 계엄 포고문 중 정치활동을 금지한 건 1972년 10월 유신 때와 1980년 5월 전두환의 광주학살 직전 계엄령 등 2차례입니다. 하지만 국회 등 헌법기관을 '콕 집어'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포고문 1항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정지시키겠다는 선언입니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헌법적 장치인 겁니다.
 
그런데 윤씨는 국회의 계엄 해제를 무력화하고자 계엄군을 시켜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으며,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이는 곧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하거나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자동적으로 부합합니다.  
 
12·3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문. (이미지=뉴스토마토)
 
헌재 역시 윤씨를 파면서 이러한 조치를 위헌으로 봤습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포고령을 통해 국회·지방의회·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고문, 군사정권처럼 '국민 기본권' 침해
 
포고문 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입니다. 4항은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입니다. 3·4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국민주권주의를 침해합니다.
 
특히 이 두 개의 조항은 군사정권 시절 선포된 5건의 계엄 포고문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군사정권 시절 포고문엔 '언론·출판의 경우 사전에 검열을 받아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것이 '계엄사의 통제'로 바뀌었습니다. 군사정권의 포고문과 12·3 계엄 포고문엔 공통적으로 '파업, 태업, 집회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일반 국민의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장 없이도 구속…'처단' 표현까지 언급  
 
놀라운 건 12·3 계엄 포고문에 '처단'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간 겁니다. 포고문 5항은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계엄사가 요구하는 특정 직업의 역할에 부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입니다. 포고문의 마지막 문장 역시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입니다.  
 
박정희정권 이후 발표된 포고문들 가운데 '처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총 두 번(1979년 10월, 1980년 5월)입니다. 그마저도 '본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며 엄중처단한다'고 한 번씩만 언급됐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12·3 계엄의 포고문은 군사정권 시절 그것보다 더 폭력적인 셈입니다. 헌재 역시 윤씨의 파면을 선고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헌재는 "국가긴급권이 발동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 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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