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경기…건설사 체질개선 '고군분투'
인력 감축·조직 슬림화·자산 매각 등 진행
2025-12-12 13:49:43 2025-12-12 16:26:3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장기화한 건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건설사들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력 감축, 조직 슬림화, 자산 매각 등 생존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인프라사업본부를 '실' 단위로 조정해 플랜트사업본부 산하로 통합하고, 임원 조직을 약 20% 축소했습니다. 안전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현장 중심의 책임 체계를 강화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개편하며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수익성 저하에 대응해 본사 플랜트 부문에 대해 유급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최근에는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 등 인력 운영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규 채용 축소에 그쳤다면 이제는 정규직 인력 조정까지 그 폭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특히 신규 채용도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10대 건설사 가운데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4개사는 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아예 진행하지 않았으며, 내년 채용 계획 역시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다수의 건설사는 현재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해 경력직 중심으로 인력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정규직 인원까지도 감원 대상으로 포함되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무 대기자 증가로 사실상 인력 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태영건설은 퇴사를 원하는 경우 최대 6000만원의 '퇴사 지원금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건설사 유동성 확보 분투…내년 업황도 '흐림'
 
건설사들이 이처럼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는 배경에는 고금리, 자재비 상승, PF 대출 경색 등 ‘3중고’가 자리합니다. 공사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현장 안전 비용과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어도 실질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일부 대형사의 원가율은 90%를 초과하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민간개발은 금융 조달이 막혀 거의 진행되지 않다 보니 건설사들이 공공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등급이 양호해도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브릿지론을 통한 개발도 거의 멈춘 상태"라고 발했습니다.
 
이처럼 민간 부문에서의 사업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서울 잠원동 본사 사옥과 경기 남양주 군부대 부지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GS건설은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를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도 환경 관련 자회사를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사는 이를 장기적인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 플랜트, 에너지, 인프라 등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공사비 상승, 악성 미분양 증가, 강화된 안전 규제 등 복합적인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건설사들의 생존 환경은 더 척박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건설 계획부터 시공까지 모두 담당하는 종합건설사 폐업 수는 600건을 넘으며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건설 수주액이 공공부문 발주 확대로 올해보다 4% 증가하지만 민간 주택 경기 회복 지연과 공사비 부담, 규제 강화 등으로 획기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업계에서는 비정규직 중심의 인력 감축이 단기적 인건비 절감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낮은 공사비로 수주한 현장들이 마무리되고 최근 원가 상승이 반영된 신규 공사가 본격화하면 실적 반등도 가능하겠지만 그전까지는 인력 효율와와 비용 절감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건설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까지는 앞으로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는 기업은 극히 제한적일 수 있으며, 기업의 단순한 규모보다는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하는 능력, 재무 건전성, 해외 수주 역량 등 실질적인 경쟁력이 생존과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정비사업이나 해외 플랜트 수주에 강점을 지닌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는 더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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