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의 관세 체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실질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현지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낮아진 관세율을 발판으로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가격 압박도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산 ESS용 배터리의 실질 관세율은 기존 48.4%에서 5%포인트 낮아진 43.4%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무역법 301조 등에 따른 관세 28.4%와 보편 관세 15%를 합산한 수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21일(현지시각) 글로벌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흔들리며 결과적으로 중국산 ESS 배터리의 부담은 일부 완화됐습니다.
중국에 대한 관세가 여전히 40%를 웃도는 고율이라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는 이번 관세율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이미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춰온 만큼, 관세 부담이 조금이라도 적어지면 미국 시장에서의 체감 가격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은 관세를 감안하고도 가격경쟁력이 있었는데, 관세가 낮아지면 체감 가격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수있다”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ESS와 태양광 모듈을 결합한 전력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미국 에너지 기업 상당수는 현재도 관세 부담을 안은 채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격경쟁력이 조금만 더 개선돼도 중국산 채택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흐름은 중국산과 경쟁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그간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대비 품질과 안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가격 격차가 좁혀질 경우 이러한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ESS 배터리 수주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해, 소폭의 관세 변화만으로도 수요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5%포인트는 인하는 작은 폭은 아니”라며 “배터리 산업은 마진율이 높지 않은 구조인데 중국의 실질 관세율이 하락할 경우 국내 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ESS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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