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윤금주 수습기자] 미국·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본질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외교를 철저히 거래의 관점에서 풀어가고 군사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동맹과 국제 규범보다 이익을 앞세운 접근이 확산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국제질서에 균열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란 공습 기지 안 내줬다고 "거래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스페인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페인이 이란 공격 과정에서 자국 군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은 것과, 국내총생산(GDP)의 5%로 국방비를 증액하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합의에 동참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스페인과 모든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했다"며 자신에게 모든 스페인산 상품에 금수 조치를 내릴 권한이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베선트 장관도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에 스페인 제재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군기지 사용 거부가 국제법과 미국과의 방위 협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협정은 국제법 틀 안에서의 작전만 허용하고 있으며, 국제법의 핵심 규범인 유엔 헌장은 군사행동을 자위권 행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 등 제한된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사작전에 자국 영토를 제공할지는 동맹국의 주권적 판단인데도, 이를 무역 문제와 연결하며 압박이 한층 노골화됐다는 평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 사용과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영국에 대해서도 "그 멍청한 섬 문제에서 매우 비협조적이었다"고 혹평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탈퇴'까지 시사하며 회원국에 국방비 인상을 거듭 압박했고, 결국 스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지출 목표를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높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같은 '거래식 외교'는 전쟁 지원과 안보 협력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군사 지원과 종전 중재를 언급하며 희토류 등 광물 개발 협정을 체결하도록 압박해 왔습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미군 주둔 비용과 방위비 지출 확대를 거듭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방위비가 GDP의 2%가 되는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겼으나, 미국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 대비 3.5%까지 높일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자국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66개 국제기구'(유엔 산하기구 31개·비유엔기구 35개)에서 탈퇴하도록 하는 포고문에도 서명했습니다. 기후·인권·안보 등 분야의 국제 협력 체계에서 이탈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형성된 국제질서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거래주의 정점 '관세'…위법 판결에도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 거래주의 행보의 정점은 '관세'입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했고, 여기에는 주요 경쟁국인 중국뿐 아니라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동맹국도 대상이 됐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는 판결 직후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도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관세 합의를 하지 않았던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우리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각국에 서로 다른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별·품목별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그는 "우리는 관세율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상대국들도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하고 있어 그것(관세율 인상)도 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10% 글로벌 관세가 이미 적용된 가운데 15%로의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여기에 무역법 301조 조사 범위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관세 체계가 다층화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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