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15만원의 변화 '순창'
순창 유등·풍산면 기본소득 추진 현장을 가다
소멸 위기 순창 …인구 4.7%·청년 6.2% 늘어
가맹점 216개소 증가 '훈풍'
사업 확대 필요성 갈망…재원 매칭은 고민
주민들은 '순창곳간·이동장터'로 자립 모색
2026-05-28 18:45:01 2026-05-28 19:08:21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전국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방소멸의 최전선인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의 작은 농촌 마을에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인구 1000명 선이 무너지며 마트 하나 찾기 힘들던 유등면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농촌 마을을 다시 깨운 건 매월 지급되는 ‘농어촌 기본소득’이었습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두고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이라며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8일 <뉴스토마토>가 순창군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현장을 살핀 결과, 기본소득 도입 이후 순창군 인구수는 2만6738명에서 2만7607명으로 총 869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관내 가맹점 수도 1132개소에서 1348개소로 216개소가 늘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8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산울림센터의 '풍구장터'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순창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올해 4월 말 기준 등록 인구(2만7607명) 중 약 91%인 2만5130명이 신청한 상태입니다. 이 중 실거주 요건 등을 충족한 약 95%인 2만3757명에게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화폐 지급 방식으로 지급됐습니다.
 
순창군 관내에서 4월분까지 지급된 총액은 144억5300만 원으로, 이 중 주민들이 현장에서 소비한 금액은 111억8300만원입니다. 이는 77.3%에 달하는 높은 사용률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촌 현장에 가보면 물건을 살 가게조차 없고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돌을 던지는 시도가 필요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라는 ‘사회실험’입니다. 실험의 효과는 작은 농촌 마을의 수치로 명확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발표한 농식품부 1주년 성과를 보면, 전국 10개 시범 지역의 인구가 평균 4.7% 증가했습니다. 특히 청년 인구 증가율은 6.2%로 뚜렷한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입 인구의 43%가 대도시에서 전입해 왔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그렇다고 현장의 표정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순창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원 분담 구조의 개편’을 향후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현행 농어촌 기본소득은 총사업비 973억원(2026~2027년 합계) 중 국비 40%(389억원), 시·도비 30%(292억원), 군비 30%(292억원)를 분담하는 ‘4·3·3 매칭 구조’입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확장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 비율 상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예컨대 전북특별자치도 관내 7개 군이 이 사업을 전면 시행할 경우, 도가 부담해야 할 재원만 연간 12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기본소득의 효과성을 입증한 만큼, 도 입장에서도 재원 마련은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기존에 추진하던 다른 사업 예산을 1200억원가량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기존 사업들 역시 모두 주민에게 필요한 필수 사업인 만큼 여기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고충을 토로합니다.
 
 
28일 <뉴스토마토>가 순창군 유등면 소재 유등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순창곳간’을 방문, ‘행복한 고민’ 푯말이 놓여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활력이 도는 것이 보이는 데, 사업 확장을 생각하면 재원 마련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여태껏 정부 사업들과는 다른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순창군 입장에서 볼 때 정부 보조 비율을 최소 70%에서 최대 80%까지 전향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지역의 근간 산업과 세수 기반이 극히 취약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순창은 대기업인 대상이나 사조 등이 연간 3900억원 규모의 고추장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지역 상생의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업 매출일 뿐 정작 순창군이 거둬들이는 자체 지방세 수입은 미미합니다.
 
지역 내에서 세금을 낼만 한 중견·중소기업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순창군 내에 조성된 농공단지는 겨우 3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소규모인데다 100%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은 자발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을 통해 자립 기반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히 농촌 주민의 편익만을 제공하는 복지 차원을 넘어 농촌 경제의 모세혈관을 다시 돌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회연대경제조직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본소득 사업 시작 이후 순창군 내 사회연대경제조직은 기존 38개소에서 53개소로 15개소가 늘어났습니다.
 
특히 순창군 내에서 인구가 1016명으로 가장 적은 유등면은 기본소득 지급 이후 면 내 가맹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참여형 ‘유등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 정육 중심의 거점 공간인 ‘순창곳간’을 기획했습니다.
 
유등면 내 양돈농가와 직접 연계해 중간 마진 없이 고기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유통 단계를 축소해 신선도까지 높였습니다. 그 결과 기본소득을 통한 누적 매출액 5740만4000원을 달성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공동체 참여와 유대감 강화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8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산울림센터의 '풍구장터'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순창군 풍산면의 경우도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관내 33개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농가가 연대·협력하는 ‘상생이음 풍구장터’를 개최해 이른바 ‘식품 사막’ 현상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소득 매출로 팝업장터 1208만원, 풍구장터 1650만원을 기록하며 면 지역의 부족한 소비처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장터에서는 유정란, 순창콩두부, 완두콩, 애호박, 무농약 채소 등 다양한 품목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선주문 기반과 순창사랑카드, QR결제를 연계해 공급합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 물품을 배달하는 이동서비스는, 시골 지역에서 단순한 물류 유통을 넘어 취약계층 돌봄 복지 서비스로 연결되는 핵심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송 장관은 연내에 ‘농어촌기본소득 법률’을 제정해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산 764억원 규모, 19만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공모에는 전국 44개 군이 신청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농식품부는 오는 6월 중순 이전 최종 15개 내외 시·군을 추가 확대 발표하고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순창=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