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형주들의 증시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별 종목의 움직임에 따른 전체 지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발동된 사이드카 횟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웃돌고 있고, 서킷브레이커는 역대 발동 건수의 절반가량이 올해에 집중됐습니다.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 한 이 같은 흐름이 '뉴노멀'이 될 것이란 데에는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는데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외신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도체 고점론'이 투자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오후 1시31분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습니다. 올해 들어 17번째 매도 사이드카입니다. 2분 후인 1시33분에는 코스닥 시장에 7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입니다.
이날의 사이드카 발동으로 코스피 시장에는 올해에만 총 33번(매수 16회·매도 17회), 코스닥 시장에는 18번(매수 11회·매도 7회)의 투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매수 14회·매도 12회)와 코스닥(매수 6회·매도 13회) 사이드카 발동 건수에 상응합니다.
전날인 7일에는 코스피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까지 등장했는데요. 올들어 6번째 서킷브레이커로, 역대 12번의 서킷브레이커 중 절반이 올 상반기에 나타났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과도해지면서 급등락 장세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며 "정상적 범주를 넘어선 변동성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코스피200 지수의 미래 기대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는 85포인트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한 연구원은 "이를 일간 변동성으로 환산한다면 ±5%대 주가 등락률은 일상이 됐다"고 짚었습니다.
코스피의 극단적인 변동성에 외신들을 중심으로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게임이 될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증시의 과열 양상을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쏠림, 레버리지 투자 확산에 기인한 지나친 변동성이 오징어게임 같은 위험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WSJ는 "행동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변동성 자체가 매력"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들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도 거론하며 "해외 투자자들은 현재 지역과 자산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파티가 끝났을 때 손실은 결국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그간 시장을 지탱했던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하락 전환)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월가에서 '반도체 저승사자'라고도 불리는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또 "반도체는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인공지능(AI) 투자에 의존하는 산업인 만큼, 하이퍼스케일러가 투자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반도체 실적 기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며 "메타의 잉여 AI 컵퓨팅 용량 외부 판매 발표는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부연했습니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아직 사이클 종료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급락 장세를 반도체 사이클 종료로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메모리 공급 과잉을 말하려면 실제 증설 속도의 둔화, 고객 재고 축적, 장기공급계약(LTA) 재협상, HBM 수율 안정화가 확인돼야 하는데, 현재 확인되고 있는 것은 되레 공급 부족의 심화라는 설명입니다. LTA 재협상 움직임 역시 "주요 고객사와 신규 체결이 본격화되면서 사이클 이익을 장기계약 이익으로 바꾸는 신호가 된다"며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한 연구원도 "시장 방향성이 본격적인 하락 추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실적 피크아웃, 차분기 감익 등이 현실화돼야 하지만 아직 그 신호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재 코스피 선행 PER이 6.6배까지 하락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선행 PER이 7.0배를 하회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5일에 불과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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