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여파가 자본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유동성 조달에 참여했던 증권사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단기자금 조달을 주관했던 민간 증권사들은 만기 차환 시 미매각 물량을 떠안을 부담이 커진 반면, 공적보증을 등에 업은 일부 증권사들은 유사시 손실을 공적자금에 넘길 수 있어 대조적입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과 한양증권 등은 홈플러스의 전자단기사채(ABSTB) 및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단기 자금을 공급해 왔습니다. 보통 증권사는 CP 발행 시 차환 실패에 대비해 직접적인 '매입확약'을 맺고, 규제상 매입확약이 제한되는 전단채는 '총액인수' 등의 우회 방식을 통해 신용보강을 제공합니다. 최근 법원의 회생 폐지 결정으로 파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시장이 경색되면서, 미매각 발생에 따라 증권사가 고유계정(PI) 자금으로 부실채권을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에 노출됐습니다.
애초 홈플러스는 지난 3월4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기한의 이익 상실(EOD)' 사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회사가 발행한 사채 전액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 부채로 전환됐습니다. 지난달 제출된 2월말 결산 감사보고서 기준, 홈플러스의 차입금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한양증권 등이 발행한 CP가 총 1160억원, 신영증권 등의 전자단기사채가 합산 720억원입니다. 또 IBK투자증권(560억원)과 현대차증권(300억원)이 주관한 86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가 유동성 사채로 바뀌며 지급 불능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미 이런 유동성 위기 전조로 인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습니다. 한양증권은 올 1분기에만 4250억원의 자기 자본 조달을 위한 전단채를 신규 발행하고 기업어음 조달을 전기 1290억원에서 274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1분기 금융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분)에서 처분손실이 1760억원, 평가손실이 206억원 발생해 전년 동기비(각 456억원, 76억원) 급증하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추세입니다. 신영증권도 3월 말 기준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1179억원으로, 전기 523억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다만, 한양증권은 "현재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또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순손익 기준으로 1분기 처분순이익 141억원, 평가순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비해 IBK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이 주관한 사모사채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라 부담이 덜합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채권을 모아 신용보증기금(공적 자금)이 원리금의 95~100%를 지급 보증합니다. 홈플러스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증권사는 신보로부터 대위변제를 받게 되므로 실질적인 신용위험은 국가가 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등 1조3000억원 규모의 선·후순위 대출을 내준 채권단이나 단기 자금을 주관한 증권사들은 민간 금융사와 기관투자자들이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사적 손실의 영역"이라며 "반면 P-CBO를 발행한 증권사들은 신보라는 공공기관에 부담을 넘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