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면서 또다시 관세 문제가 한·미 통상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정부가 향후 대미 협상에서 관세 문제를 비롯해 쿠팡을 정점에 둔 비관세 장벽, 대미 투자 1호 사업, 한·미 원자력 협정 등 4각 파고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부과와 유예, 추가 압박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통상정책의 향방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 계획을 2주 만에 중단시키면서 중동전도 새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한·미 통상 협상의 전개 역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15% 관세 '상한선'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국가·경제권에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에는 12.5%의 관세율을 적용했습니다. 관건은 한국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관세율입니다. 향후 추가 부과될 것으로 보이는 '과잉생산 관세율'이 2.5%포인트만 넘으면 합산 관세율이 한·미 합의 상한선인 15%를 웃돌게 됩니다. 이 경우 한·미는 관세율을 둘러싼 또 한 번의 치열한 줄다리기 협상에 나서야 할 수 있습니다. 관세 협상뿐만 아니라 통상·안보 분야 협상에도 연이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1~24일(현지시간) 각각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과잉생산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1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②쿠팡 등 비관세
비관세 장벽도 한·미 통상 협상의 새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받는 불이익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정점엔 '쿠팡 사태'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쿠팡 문제와 관련해 '차별 대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 무역대표부가 '디지털 비관세 장벽'에 관한 추가 조사와 그에 따른 보복 관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사실상 보복 관세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의회와 업계에서 제기된 이른바 '쿠팡 사태'와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 주요 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현지 설득에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한구 본부장은 '한국 정부의 디지털·법 정책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뉴시스 사진)
③대미 투자 1호
한·미 정부의 이상 기류 속에서 8월에서 9월 사이 예상되는 한국의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는 현 국면을 전환하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는 관세 협상의 지렛대 역할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관세율 상한선'으로 설정한 15% 유지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관세율이 15%를 넘어설 경우 한국 정부 입장에서 대미 투자를 이행해야 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미국도 고려할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와 함께 핵추진잠수함 등 안보 분야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미국 측은 여전히 한국의 대미 투자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는데요.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 발표가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④한·미 원자력 협정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체결한 원자력 협정도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중동 지역 내 핵무기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핵확산과 관련한 안전장치가 약화되고, 다른 국가들에 부정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것도 한·미 관계의 변수로 꼽힙니다. 미국이 원자력발전소도 없는 사우디에는 우라늄 농축 권한을 허용하면서, 이를 꾸준히 요청해 온 한국의 요구는 묵살하는 것이 '이중 잣대'라는 지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자력 협정과 관련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국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3일 <뉴욕타임스> 보도에선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면 70년 넘게 이어진 한·미 동맹에 균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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