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조항을 담은 대신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권 등 보완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1개월 시한'이 단서로 잡혀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사진=뉴시스)
'장윤기 사건' 대응 불가…졸속 '한계'
30일 민주당이 내놓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담은 동시에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 실효성 확보를 위한 대안이 담겼습니다.
그간 논란이 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제한적 보완수사요구권을 담은 건데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수사 목적으로 피의자와 참고인에게 출석을 요구해 신문할 수 없도록 막았습니다.
이는 수사 공백과 부실 수사,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 등 그간 지적된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신설한 내용인데요. 그럼에도 민주당 주도로 마련된 해당 대안이 여전히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건은 사실관계 확인권의 신설입니다.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면 경찰에 확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아닌 경찰을 통해 결과를 회신하는 방식입니다. 참고인 조사도 압수수색도 할 수 없기에 검사의 직접 수사 기능을 막은 겁니다. 이후 이를 토대로 검사가 기소 여부에 대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경찰이 검사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는 겁니다. 이때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불응할 경우 검사가 직무 배제나 징계, 수사기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입니다. 검찰의 징계요구권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부터 존재한 권한입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경우 자체가 드문 데다, 징계 요구가 있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습니다.
또 경찰이 작성한 기록에만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 의견을 직접 청취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1개월 이내 회신이라는 기한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우선 금융범죄와 경제범죄, 디지털포렌식 사건만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단적으로 장윤기 사건만 하더라도 한 달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게 비현실적입니다. 추가로 한 달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해도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장윤기 사건처럼 1차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암장(은폐)한 사건은 실체 자체를 밝히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고소인·고발인·피해자는 면담을 신청할 수 있고, 수리 여부는 검사가 판단하도록 하는 면담권도 있습니다. 이의신청에 필요한 사건기록의 열람·등사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사가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우회적으로 당사자 면담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건데, 임의수사의 한 방법"이라며 "임의수사 필요성이 있다면 강제수사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짚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학계서도 "경찰 통제 불가…정치 논리 안돼"
보완수사요구권의 대안으로 만든 조항들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데다, 실효성까지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형사법 전공 학자 62명은 이날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에 대한 형사법 전공 학자들의 의견'이라는 공동 성명에서 "수사·기소의 분리가 수사·기소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수사에 대한 검사의 통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수사지휘권의 복원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보완수사가 가능해야 하고, 보완수사의 완결성을 위해 전건송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는 경찰의 수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정치적 진영의 문제로만 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우려한다"며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소법 개정을 충분한 숙의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국회 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가 오늘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바보 국정을 하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땜질식 처방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보완수사권은 검사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민주당은 장윤기 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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