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개헌에 정국 격랑…최악 땐 '지지층 이탈'
여권 내부서 '내각제' 우려…개헌 수포땐 '지지율의 늪'
2026-08-17 16:57:44 2026-08-17 17:42:4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던진 '임기 단축 개헌론'이 집권 2년 차 정국을 뒤흔들 조짐입니다. 개헌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연임 포기 선언'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개헌 승부수'가 수포로 돌아갈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정부에서도 그랬듯, 개헌 승부수가 자칫 핵심 지지층 반발을 야기해 지지율 하락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정책 대전환을 위한 청년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연정이 야기한 '역풍'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중임 또는 연임' 등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 통과에는 몇 가지 암초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위해 야당을 설득하는 것이 개헌안 통과의 조건이지만 여당 내부의 단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역사적 평가입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7월 '대연정'에 대한 구상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대연정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에는 선거제도 개편을 염두에 둔 개헌 포석이 담겼습니다. 물론 당시의 제안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 불가'라고 거절한 겁니다. 
 
문제는 개헌을 둘러싼 후폭풍이 여당 내부에서부터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사실상 총리 지명권과 함께 조각권(내각 구성권)을 이양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습니다. 대신 지역주의 완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하자는 게 노 전 대통령의 뜻이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대통령 권력의 일부를 내각제에 내줄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낸 겁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단축' 카드까지 꺼내든 것과 유사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한나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거셌습니다. 당시 여당 내 한 중진 의원은 언론에 "대연정은 한나라당과 타협하고 권력을 나눠보자는 말 외에 국정 그림이 없는 뜬구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이 여당 내 핵심 지지층을 자극하고 '역풍'을 키웠다는 평가입니다. 
 
이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도 당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권형 대통령제는 내각제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개헌의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 논란, 연임 논란, 내각제 논란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어 시작부터 걱정"이라고 짚었습니다. 
 
범여권 논객인 유시민 작가도 지난달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통합' 노선에 대해 "대통령이 정계 개편을 머릿속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권력의 힘으로 이것을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필연적인 실패의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서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으로 분권형 개헌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 대통령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게 지지층 내부의 우려입니다. 
 
이 대통령도 이 부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이 대통령은 X(엑스·옛 트위터)에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국민 여론에 비추어 가능하지도 않다"며 "대통령 권한을 국회 등으로 일부 분산하자는 것이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라는 것은 잘못된 이해"라고 적었습니다. 사실상 당 지지층에 대한 호소인데, 이른바 '개헌 골프 회동'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오해가 커지자 직접 진화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헌 승부수의 '역설'…지지층 이탈 '가속' 
 
이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이라는 승부수는 집권 2년 차 지지율 하락 국면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면전환용 개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대통령의 승부수가 자칫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우선 연임 포기에 대한 직접 입장 표명없이 개헌론이 좌초할 경우 책임론은 물론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실망과 불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권이 지지율 반전을 위해 개헌을 꺼냈음에도, 명분도 잃고 성과도 내지 못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승부수 당시에도 정작 지지 기반부터 등을 돌리는 역설이 발생한 것과 유사합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추이를 보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는 양상이 관측됩니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가 이날 공표한 여론조사(10~14일 조사, 무선 자동응답,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0%로 5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조사의 지난 4주 지지율 추이를 보면 핵심 지지층에서의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됩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50대에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7월 넷째 주 51.2%였던 40대 지지율은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47.5%까지 하락했습니다. 호남 지역 지지율도 7월 넷째 주 74.6%에서 8월 첫째 주에는 70.7%까지 떨어졌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는 40·50대의 낙폭이 더 컸습니다. 해당 조사 기관의 7월 둘째 주 조사에서 40대와 5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68.0%였는데요. 8월 둘째 주 조사에서는 각각 58.0%와 56.0%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습니다. 결국 임기 단축 개헌이라는 대통령의 승부수가 다시 미완의 역사로 남을 경우, 지지층 이탈만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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