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4년 만에 대전시장으로 복귀한 허태정 시장이 민선 9기 초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한편, 재정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민선 8기 사업과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동시에 대외적 성과도 끌어내며 취임 초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모습입니다.
취임 첫 인사는 '대대적 물갈이'보다 연속성과 안정
허 시장은 취임 후 첫 실·국장급 인사에서 승진보다 '전보'에 무게를 뒀습니다. 22명을 전보 발령했지만 승진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민선 8기 말 인사에 따른 초과 현원을 고려해 주요 보직만 재배치한 겁니다. 대대적인 물갈이보다는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무경제과학부시장엔 지영한 전 대전CBS 대표가, 정무수석보좌관엔 안중기 전 대전시의원이 각각 기용됐습니다. 정무라인 인사도 내부 조직을 흔들지 않으면서 지역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실용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조직 개편에선 민선 9기의 색깔을 냈습니다. 현행 19개국을 18개국으로 줄이는 대신 3급 인공지능(AI)혁신관과 민생경제국·시민사회국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전체적인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되 AI와 민생 기능은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개편안은 오는 31일 시행할 예정입니다.
취임 초반 대외 호재도 이어졌습니다. 국군사관학교 대전(자운대) 이전·창설과 '2029 인빅터스게임'의 아시아 최초 개최가 확정된 겁니다. 허 시장의 후속 대응에 따라 두 대형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전망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7월21일 대전시청에서 '2029 인빅터스게임 대전 유치'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 시장은 조직 운영에선 안정에 무게를 뒀지만, 정책에선 차별화를 선택했습니다. 허 시장은 민선 8기 대표 사업인 '0시 축제'를 재정 부담이 큰 행사로 판단, 올해부터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성심당으로 대표되는 빵의 도시 이미지를 알리는 '빵 축제'를 지역 산업과 상권, 관광을 묶는 전국 규모 콘텐츠로 육성한다는 구상입니다.
공약도 '취임 100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대전사랑카드를 개선한 '온통대전 2.0'과 응급의료 체계 개편 등을 우선 과제로 정했습니다. 오는 10월 초엔 향후 4년간의 실행 계획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71개 사업 재검토…우선순위 다시 짠다
허 시장의 취임 초 행보에서 가장 선명한 변화는 재정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시 지방채는 1조5864억원입니다. 올해 부족 재원은 5482억원이며, 오는 2027년부터는 세출이 세입보다 연평균 6955억원 많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에 100억원 이상 투자사업 71건을 수술대에 올렸습니다. 8건은 종료하고 29건은 장기 검토로 돌렸습니다. 나머지도 시기와 규모를 조정해 4959억원의 재정 수요를 낮출 계획입니다.
조정 대상에는 민선 8기 사업만 들어간 게 아닙니다. 허 시장이 이끌었던 민선 7기 사업과 자신의 공약도 포함됐습니다. 전임 시정 지우기보다는 재정 여건과 사업 효과를 따져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등 실용적 조정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재정 수술은 시민 지원사업까지 번졌습니다. 청년부부 결혼장려금은 가구당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춥니다.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은 내년부터 월 3만원 정액제로 바꿉니다. 청년 월세 지원 대상도 30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입니다. 시민 1인당 20만원의 대전형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7월 추경에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시민 혜택을 줄이는 만큼 시민들의 저항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 절감으로 확보한 재원을 어디에 투입할지 그 기준과 사용처를 설명하고, 시민 동의를 얻는 일이 허 시장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7월27일 동구 쪽방촌 2가구와 중앙동경로당을 방문해 폭염에 취약한 쪽방 주민과 어르신의 냉방 지원 상황 등을 살폈다.(사진=뉴시스)
민주 20석 ‘우군’…정책 근거·시민 공감이 관건
재정 구조조정과 별개로 전임 시정에서 넘어온 현안도 풀어야 합니다. 3칸 굴절버스 도입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약 73억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했지만 차량 3대 가운데 2대는 납품되지 않았고 1대도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허 시장은 계약 해지 절차와 사업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계약 종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선급금 회수도 불확실합니다. 이미 투입한 재정을 얼마나 되찾느냐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문제도 떠안았습니다. 개통 시기는 2028년 말에서 2030년 하반기로 늦춰질 전망이고 총사업비도 1조5000억원대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종 일정은 통합공정계획을 거쳐 확정됩니다.
정치적 지형은 허 시장에게 유리합니다. 대전시의회 22석 가운데 민주당이 20석을 차지했습니다. 조직개편과 예산안, 주요 조례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압도적인 여대야소 구도로 허 시장의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대로 대형 사업 중단과 복지 축소처럼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서는 견제와 검증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정책 결정의 근거를 공개하고 시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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