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주당 신임 지도부에 바란다
2026-08-20 06:00:00 2026-08-20 06:00:00
민주당 전당대회가 김민석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정청래 후보와의 치열했던 승부는 호남에서 갈렸다. 결국, 유권자들은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먼저, 계파 간 노선 투쟁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권 경쟁이 비전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갈리고, 정책이 아니라 누구 편이냐를 놓고 싸우기 시작하면 당의 에너지는 소진되고 만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이와 무관치 않다. 집권 1년 차 만에 벌어지는 여당 내 권력투쟁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둘째, 정책 비전과 국정 철학의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는 AI 혁명과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과 안보 불안이 뒤엉킨 전환기에 들어섰다. 대한민국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생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집권당 전당대회라면 시대적 과제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치열하게 논쟁했어야 했다. 그러나 후보들은 적통 논쟁, 탈당 전력, 배신자 프레임, 신천지 등 자극적인 정치 공세에 매달렸다. 정권 창출이 정당의 목표라면, 집권 이후의 목표는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그 책임을 충분히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셋째, 선거 관리도 허술했다. 특히 지역 순회 경선을 하는데, 이미 투표가 다 이뤄진 후 연설하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유권자의 70%가 모여 있는 호남과 수도권의 온라인, ARS 투표가 동시에 진행되어서 왜 순회 경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넷째, 일부 최고위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 역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의 특성상 고정표 확보를 전략으로 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집권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비방의 언어와 차별과 배제의 태도는 아무리 표가 중요해도 자제해야 한다. 당원들 역시 계파에 매몰되어 무비판적인 지지를 보내서는 정당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일반 국민의 신뢰와도 멀어질 것이다. 
 
전당대회의 후유증이 잘 아물게 될지, 더 큰 상처로 도져 새로운 위기로 이어질지는 신임 지도부의 역량에 달려있다. 무엇보다 이재명정부의 국정 지지도를 반등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도록 돕고, 정책의 빈틈을 채우며,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당·정·청이 국정 철학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되, 당은 민심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는 성과로 답하는 건강한 원팀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당의 통합이다. 선거가 끝나서도 계파 깃발을 들고 싸운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승리한 쪽은 포용하고 패배한 쪽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정치가 필요하다. 통합은 패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은 하나일 때, 가장 강하다는 대통령의 전당대회 축사는 의미심장하다. 
 
세 번째 과제는 야당과의 협치다. 야당을 국정의 장애물로 규정해서도 안 되고, 야당 역시 정부의 실패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외교와 안보, 경제와 산업, 연금과 저출생 같은 국가적 과제는 한 정권의 임기를 넘어선다. 당내 통합을 넘어 여야가 함께 국가의 미래를 논의하는 정치의 공간을 복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지도부의 중요한 성과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이 가야 할 방향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국가 대항전 앞에서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타협과 공존의 정치에 앞장 서겠다”며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해답을 찾고, 경쟁하면서도 국가의 미래 앞에서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만의 다짐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집권 여당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정치의 원칙이다.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차이를 적대로 만들지 않는 것, 당내 경쟁을 끝내고 공동의 해답을 찾는 것, 야당과 경쟁하되 국가의 미래 앞에서는 힘을 모으는 것. 그것이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김민석 대표와 신임 지도부가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장훈 전 청와대 연설행정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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