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1월 텍사스 남부 갤버스턴의 한 다리 밑.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다리 요금소 직원이자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인 존 뉴랜드가 둑 아래로 황급히 뛰어 내려갔을 때, 그가 5년째 애지중지 돌보던 길고양이 ‘마마 캣’이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방아쇠를 당긴 이는 지역 조류학회 사무국장 짐 스티븐슨이었다. 전날 멸종위기종 흰물떼새를 노리던 고양이를 목격한 그가 이튿날 22구경 소총을 들고 와 조준 사격한 것이다. 고양이는 바위처럼 툭 떨어졌다고 그는 훗날 담담히 말했다.
얼마 전 유튜버 ‘새 덕후’가 철새 기착지 홍도에서 찍은 영상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거센 논쟁을 부르고 있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야생 새들이 길고양이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고양이가 사냥해 죽인 새 수십 마리를 바닥에 늘어놓는 장면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길고양이 급식을 금지하고 도시 생태계에서 길고양이 관리 기법인 TNR(포획 후 중성화 방사)를 중지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을 국회에 냈다. 반면,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캣대디들은 이에 반대하고 TNR을 정교화하는 내용으로 맞불 청원으로 나섰다. 두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다시 텍사스 갤버스턴으로 돌아가 보자. 스티븐슨의 총격은 미국에서 2000~2010년대 벌어진 ‘고양이 전쟁’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새파’(탐조가와 보전생물학자 중심)와 ‘고양이파’(캣맘·캣대디와 수의사, 동물단체 중심)가 일제히 들고일어나 과학과 담론, 캠페인 전쟁을 벌였다.
고양이 전쟁의 배경이 된 것은 보전생물학계의 연구였다. 2013년 스미스소니언 보전생물학센터 등 연구팀은 미국 본토의 고양이가 연간 13억~40억마리의 조류와 63억~223억마리의 포유류를 죽이며, 그 원인의 대다수는 주인이 없는 들고양이·길고양이라고 추정했다. 2013년 조지아대 연구진의 ‘키티캠’ 카메라도 이목을 끌었다. 외출하는 가정집 고양이 목에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달았더니 44%가 사냥 행동을 보였다. 포획에 성공한 개체는 30%였고, 이들은 주당 평균 2.1마리를 사냥했다.
새로운 논문이 나올 때마다 소강 상태이던 양측의 대립이 다시 불붙었다. 생물다양성 논변만으로는 팽팽한 교착 상태를 깨기 어렵다고 판단한 새파는 논쟁의 무대를 공중보건으로 옮겼다. 고양이파 역시 논문의 오류와 과도한 일반화를 지적하는 한편 지자체를 압박하며 강력한 여론전을 폈다.
새파와 고양이파 모두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지키려는 사람들인 만큼 혐오의 언어 대신 공동의 지향점을 확인하는 데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지=챗GPT)
그러나 전투만 벌어진 건 아니다. 종의 보존을 위해 개체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은 ‘환경 파시즘’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연민적 보전’(Compassionate Conservation) 윤리를 내세우는 마크 베코프 같은 과학자들도 나타났다. 이들은 △야생 보전을 명목으로 죽이거나 해하지 말 것 △개체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 △토착종뿐만 아니라 외래종·침입종도 포용할 것 △평화로운 공존을 지향할 것 등 야생 보전과 동물 복지를 결합하는 ‘4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싹텄다. 고양이파는 야생조류를 지키고 로드킬로부터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실내 사육을 권장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워싱턴 D.C.에서는 동물단체와 조류 전문가가 모여 길고양이 개체수를 파악하는 공동 조사를 수행했다.
길고양이는 우리가 고양이를 공장식으로 대량 생산하면서 늘어났다. 이른바 인류가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 풍경의 일부라는 점을 우리는 감안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바야흐로 고양이 전쟁이 시작된 것일까? 새파와 고양이파 모두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입장의 과학과 정책은 토론해야 한다. 다만, 혐오의 언어 대신 공동의 지향점 먼저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남종영 성공회대 외래교수,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