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A씨가 친인척과 지인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이사회 임원으로 추천하고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A씨는 이사회 영향력을 바탕으로 교직원들에게 규정을 벗어난 업무까지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작 A씨는 이 학교 이사회 임원도 아니며, 인사나 교육과정에 개입할 권한도 없었습니다. 이에 교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 A씨의 인사·경영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중입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1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법인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202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본지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계자들을 통해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는 2020년 7월 학교 정관과 이사회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은퇴한 B교수를 석좌교수와 이사로 동시에 임명할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 신임 이사로는 아들 C씨와 B교수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21년 8월엔 딸 D씨, 자신과 친분이 있는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아내 E씨를 임원으로 추가하라고도 전달했습니다.
A씨는 2023년 1월에도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 수를 11명에서 13명으로 늘려달라'고 했습니다. 학교가 인공지능(AI) 첨단대학원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이를 담당할 이사회 인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해당 직원이 '그러려면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A씨는 '이사회 안건에 정관 개정도 포함하라'고 답했습니다. 그해 4월엔 며느리 F씨, E씨의 지인 G씨를 임원으로 추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이사회나 교수진, 직원들과의 정상적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엔 이사장이 엄연히 따로 있었음에도, 이사회 임원 수를 늘리는 중대한 사안은 A씨의 독단적 결정으로 진행됐다는 게 교직원들 주장입니다.
더구나 A씨는 학교 이사회 임원도 아니어서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는 신분입니다. 2011년부터 학교의 '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지만, 이는 법인의 주요 정책에 관해 이사장에게 자문하는 역할일 뿐 이사회 운영이나 인사엔 관여할 권한은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임원은 이사회 내부 추천을 거치거나 개방형 이사추천위원회를 꾸려 외부에서 선임합니다. 하지만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선 A씨가 임원을 먼저 정해두고, 총장 등 학교 경영진에 통보하는 방식이었다는 게 교직원들 설명입니다.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5월 이사회 임원을 정한 뒤 담당 업무를 맡은 교직원에겐 '이사장과 총장에게 말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이사장에게 요청해 총장이 (임원을) 추천하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는가'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본지가 만난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계자들은 현재 이 학교 이사회 임원 13명은 모두 A씨가 과거 가르친 제자, 함께 근무한 동료 교수, 친인척 등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A씨는 학교 이사회 구성원을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로 채워 넣고, 이사회를 장악했다"며 "2020년 이후 학교를 사유화했다"고 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특히 교직원들은 이사회를 등에 업은 A씨가 직원들에게 각종 부당한 업무까지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9일 이미 입학 시기가 지났음에도 박사과정에 학생 1명을 추가로 합격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담당 직원이 "규정에 벗어나는 일이며, 이미 입학 인원은 확정됐다. 지시대로 하려면 모든 서류를 조작해야 한다"고 하자 A씨는 도리어 "규정을 벗어나는 일을 네가 해결해야 한다. 내가 책임질 테니 방법을 만들어라"라고 했습니다.
열흘 뒤인 18일, A씨는 자신이 추진하던 박사학위 프로그램이 정규 교육과정 시간과 겹치자 해당 직원을 질책하며 "내가 총괄 인사권자인데 나를 이렇게 대하느냐", "교육과정 일정을 모두 변경하라", "어떻게 너를 믿고 일을 시키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특정 학생을 입학 시기 이후에 추가 합격시키는 건 교육부 감사 대상이다. 자칫하면 학교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는데, A씨는 이를 무작정 지시했다"며 "A씨가 이런 방식으로 추가 입학을 지시한 것만 20~30건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A씨는 인사권도 없을뿐더러 교육과정 편성에도 아무 권한이 없다"며 "그럼에도 자신이 이 학교 설립자라 주장하며 온갖 부당한 지시를 일삼았다"고 했습니다.
참다 못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직원들과 교수진은 7월부터 노동조합을 설고, A씨의 인사·경영·교육과정 개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계자는 "A씨가 학교 발전자문위원장이라면 학교 발전에 대한 자문만 하면 된다. 규정을 어겨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 이사회를 장악하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며 "현재 교수진을 포함해 학교 직원 111명 중 77명은 학교 이사회에 A씨를 규탄하는 호소문을 보내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그의 무분별한 권력 남용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A씨에게 제기된 의혹과 주장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발전자문위원장으로서 학교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이사로 추천하거나, 이사회 구성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학교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 것이다. 지시를 하려던 취지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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