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만 다섯 번 울렸다”…SK이노, ‘쪼개고 합치기’ 잔혹사
분리막 사업 쪼개기 상장 후 적자 안고 재합병
소규모 합병으로 주식매수청구권 차단…소액주주 희생 누적
SK E&S 합병 비율 논란·자사주 교환사채 꼼수 등 비판 고조
2026-08-27 14:52:29 2026-08-27 15:06:4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쪼개기 상장' 후 부실화된 자회사를 다시 흡수합병하기로 해, 그 과정에서 누적된 모회사 주주의 가치 훼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분리막 사업의 쪼개기 상장과 적자 사업 되품기에 더해, 이번 합병이 주식매수청구권마저 없는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되며 실망 매물과 함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공시 직후 11% 폭락했습니다. 게다가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비상장사(SK E&S)와 합병을 단행하고, 당시 떠안은 자사주마저 소각 의무화 직전 교환사채(EB)로 처분하는 등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반복되면서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엇갈린 주가와 권리…퇴로 막힌 SK이노베이션 주주
 
27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합병 공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장 마감 후 합병 공시 다음 날인 26일 SK이노베이션은 종가 기준 11.04% 하락한 11만1200원을 기록한 반면, 소멸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9.95% 급등해 1만9960원으로 상한가를 쳤습니다. 합병 방식에 따른 권리 비대칭이 주가 향방을 갈랐습니다. 존속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신주 발행 규모가 10% 미만(약 2.6%, 448만1300주)이라는 점을 이용해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 모회사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법적으로 소규모 합병 요건을 갖췄더라도, 회사가 주주를 배려하고자 한다면 자발적으로 주주총회를 여는 정식 합병 절차를 택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주주들의 퇴로를 열어주는 대신, 대규모 매수청구 대금 유출을 피할 수 있는 소규모 합병 방식을 택했습니다. 현재 모회사 주주로서는 전체 발행주식의 20% 이상이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해 일반합병으로 전환시키는 것 외에 퇴로가 없습니다.
 
반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는데, 사측의 매수제안가(1만4620원)보다 주가가 36.5% 높은 1만9960원까지 폭등했습니다. 매수청구 한도(3500억원, 약 2393만주) 초과로 자회사 측에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사 측은 비용 절감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중복 조직과 별도 상장법인 운영 관리 기능을 통합해 고정비를 줄이고, 모회사의 높은 신용도를 기반으로 조달금리와 이자 비용을 낮춰 연간 약 600억원의 비용(EBITDA)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회사는 합병 발표 후 주가 하락과 쪼개기 상장 등 시장의 비판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합병 비율을 두고도 불만은 거셉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PBR은 1.27배 수준입니다. 모회사 주가가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상태에서, 최근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해 산출한 합병가액(SK이노베이션 12만5862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1만4783원)을 토대로 합병 비율(1대 0.1174540)을 확정한 것은 모회사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입니다.
 
'쪼개기 상장' 후 부실 떠안기…증권가도 쓴소리
 
애초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자본시장에서 '쪼개기 상장' 문제를 낳았던 사례입니다. 2019년 물적분할 후 2021년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분리막 사업 상장의 결말이 결국 전기차 캐즘 등에 따른 거액의 영업손실로 귀결됐습니다. 이를 모회사가 다시 흡수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합병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2.6%)과 부실 자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들은 분할 법인 주식을 받을 권리를 부여받지 못했고,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역시 중복 상장 할인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반면 현재는 분리막 사업의 부진과 재무위험을 신주 희석과 자금 부담 형태로 다시 떠안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윤 연구원은 주가 급락 사태에 대해서도 "단순한 지분 희석(2.6%)을 넘어 SKIET 흑자전환 목표 시점(2029년)까지의 추가 손실 및 현금 투입 리스크, 2025년 8월 총수익스왑(PRS) 계약 관련 차액 정산 대금(2000억~3000억원) 발생 가능성 등 중장기 리스크 확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자회사 지원이 우선될 경우 기존 주주 환원 확대 기대는 약화될 수밖에 없어,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 방안 등 구체적인 주주 보호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욱이 쪼개기 상장 이후 SK이노베이션은 비상장사인 SK E&S와의 합병을 실시, 불리한 합병 비율 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매수청구로 회사가 떠안은 자사주(340만4104주, 지분율 2.25%)는 소각돼야 했으나, 자사주 소각 의무 입법 시행 전 막차로 3767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에 쓰였습니다. 지난 5월 교환청구가 전량 완료되면서 상법상 잠들어있던 2.25%의 의결권이 부활, 모회사 주주들의 권리(의결권, 배당)를 또다시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이 합병가액 산정 기간(기산일 직전 1개월) 동안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으로 작용해 주가를 누르면서, 존속회사 가치가 더 저평가됐을 개연성도 있습니다.
 
"이사회 배임 소지 다분"…들끓는 주주들
 
누적된 주주가치 훼손에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종목 커뮤니티 등에서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 행태를 규탄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 주주는 "이 정도면 이사회의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 합병을 승인한다면 소송감"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다른 주주 역시 "단순히 전기차 캐즘 핑계를 대며 자회사를 합병하는 것은 펀더멘털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마땅히 주주환원 정책이 포함돼야 하는데, 고의로 주가를 누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과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한 장기투자자는 "과거 SK E&S 합병 때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주주들의 이탈을 불러왔다"며 "단기적인 주가 반등을 원하기보다, 명확한 주주환원 대책이 나올 때까지 주주행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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