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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가산금리 급등에 대출금리 '요동'
2008-07-06 09:03:23 2011-06-15 18:56:52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연일 상승,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은행권의 외화조달이 어려워지고 국내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채에 연동된 각종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

단기금리는 비교적 안정국면에 머무르고 있지만 정책금리에 대한 미세한 입장변화도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신용경색에 외평채 가산금리 재상승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지속되면서 한국계 해외채권 발행 여건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외평채 2014년물의 가산금리는 지난 3일을 기준으로 미국의 국채금리 대비 203bp 높게 거래됐다. 2014년물의 가산금리는 신용경색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3월13일 218bp까지 상승했다가 4월17일 192bp, 5월5일 179bp 등으로 떨어졌지만 6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돼 7월에는 다시 200bp를 넘어섰다.

2016년물의 가산금리 역시 3일 현재 136bp로 사상 최고치였던 3월10일의 148bp에 12bp차로 근접했다. 2016년물 가산금리는 4월17일 120bp, 5월5일 104bp 등으로 하락하다가 6월3일 117bp, 7월3일 136bp 등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5년물의 가산금리는 지난 3일을 기준으로 134bp로 한 달 전인 6월3일 129bp에 비해 5bp 가량 높아졌다. 2025년물 가산금리는 4월4일 143bp까지 치솟았다가 5월5일 123bp까지 낮아졌으나 다시 6.7월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5년 만기 외평채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3일 기준으로 111bp까지 높아졌다. 이는 사상 최고였던 3월17일 125bp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무려 66bp 높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국내 채권 발행자의 부도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그만큼 부도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외평채 가산금리가 다시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 한국물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서브프라임에 따른 신용경색 위기가 풀렸다는 성급한 낙관론이 제기되다가 최근 글로벌 은행이나 채권보증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다시 위기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부각되면서 외평채 가산금리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외평채가산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은행권의 외화조달여건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해외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발행시기를 연기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초 3억~5억달러 규모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려다 연기했고 엔화채권 발행을 추진했던 수출입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발행을 무기한 또는 하반기로 미뤘다.

은행들은 대신 아시아 신흥국시장에서 채권발행을 추진하고 이마저 여의치 않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 채권금리 급등..대출금리도 요동

외평채가산금리가 급등하는 등 한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악화되면서 국내 채권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각종 대출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일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연 6.15%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2002년 7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연 6.16%까지 오른 바 있다.

3년 및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1%포인트씩 하락했지만 각각 7개월 만에, 6년여 만에 최고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각종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와 상당한 연관성을 지니는 은행채(신용등급 AAA급 3년물)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은행채 금리는 4일 기준 연 6.70%로, 3개월쯤 전인 4월30일의 5.47%에 비해 1.23%포인트나 치솟은 수치다.

이에 따라 은행채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최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금리 상한선이 9%를 넘어서기도 했으며 고시금리로 운영되는 신용대출금리도 속속 상향조정하는 분위기다.

다행히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연동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3개월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국들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0.01%포인트씩 2차례 오르기는 했지만 4일 기준 5.38%로 올 1월11일의 5.89%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장기 채권금리가 크게 오른데 비해 단기금리는 비교적 안정국면에 머무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대다수 상품의 금리가 단기금리인 CD금리에 연동해 있어 아직까지 금리 인상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CD금리는 정책금리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경향을 띤다"며 "당분간 통화당국이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만큼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정책 방향성이 바뀔 경우 변동금리부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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