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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진전 막는 박근혜 '신뢰프로세스'
외부요인으로 열린 대화국면에도 여전한 '강경모드'
2013-06-12 10:47:43 2013-06-12 10:50:4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당초 12일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도리어 남북의 신뢰 구축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11일 "북측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으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아닌 김남식 통일부 차관이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오는 것에 대해 북측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어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통일부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대화까지 거부하는 것은 사리에 전혀 맞지 않다"는 말로 회담이 무산된 책임을 북측에 전가했다.
 
청와대도 회담이 무산된 것에 대해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굴종'·'굴욕'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우리 측의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북한의 도발과 막무가내식 생떼쓰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남북교류와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중단될 정도로 악화된 남북 간 긴장 국면이 완화되려는 와중에도 원칙만 강경하게 고수하는 전략이 적절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를 외면하던 북한이 태도를 바꾼 시기가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이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국의 압박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외부적 요인으로 대화국면이 열린 만큼 '강경모드'보다는 이제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관계자가 "수석대표의 격이 맞지 않으면 상호신뢰가 어렵다"고 말한 것도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읽히지만 이러한 태도가 조성된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새 형식으로 시작하겠다는 그 의욕은 이해하지만 소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죽여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수석대표의 격 때문에 회담이 엎어진 것에 대해 "결국은 서로가 질 수 없다는 기싸움을 한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이나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생각하면, 또 지금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작은 데 연연하다가 큰 판을 깬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갖고 "대표단 규모가 5명인 경우는 장관급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고집하다가 결국 이런 화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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