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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위조·위증'혐의 적용, 황교안 장관의 '국보법'으로 풀어보니…
검찰, 유우성씨 사건 '형사 사건'으로 해석
"국보법상 '날조', 형법상 '위조'보다 넓은 개념"
2014-04-01 06:00:00 2014-04-01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 수사팀이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김 모 과장(47)과 협조자 김 모씨(61)를 31일 구속 기소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적용 법조를 두고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 예측됐던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가 아닌 형법상 범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범관계에 있는 두 사람에 대해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김 과장에 대해서만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공통 적용된 모해증거위조와 사문서위조 등은 당초 제출됐던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에 대한 출입경 기록이 부실하자 증거보강 차원에서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발급사실 확인서를 위조해 유씨를 모해할 목적으로 법원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위조 진상조사'에 대힌 브리핑을 하고 있다.ⓒNews1
 
◇김 과장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추가
 
김 과장에게 추가 적용된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는 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를 시켜 유씨가 발급받은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는 허위라는 내용의 확인서가 진정한 문서라는 이 영사 명의의 확인서(공문서) 등을 만들어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하게 한 혐의다.
 
그러나 이 같은 혐의는 형법보다는 국보법상 무고·날조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이 비등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펴낸 저서 '국가보안법'에 비춰 봐도 그렇다.
 
황 장관은 책에서 "국보법상 무고·날조는 형법상의 무고, 모해위증 등에 각 대응하는 것으로 형법에 대해 특별법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본조의 요건이 충족되면 본조(국보법상 무고·날조)가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형법과 국보법에 같이 규정된 범죄라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더 클 경우에는 일반법인 형법이 아닌 특별법인 국보법을 우선 적용해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혐의 적용은 이와는 모순된다.
 
검찰은 김 과장에게 적용된 사문서위조 및 모해증거위조 혐의와 관련해 화룡시 공안국 발급 명의의 회신공문을 위조하도록 이 영사에게 지시한 뒤 이를 유씨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 "위조문건 유씨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 
 
검찰이 밝힌대로 유씨 사건이 일반 '형사사건'인 경우에는 국보법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황 장관의 저서에서도 "국보법상 무고·날조는 '국보법의 죄'에 한하고 국보법 이외의 다른 법규, 즉 형법에 의해 처벌될 것을 목적으로 했을 경우에는 형법상 무고죄 등을 적용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그러나 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명백한 국보법이다. 검찰은 유씨를 기소하면서 국보법상 '간첩, 특수잠입 및 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네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게다가 이번에 위조로 드러난 문건 역시 유씨의 '국보법 위반죄'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형법이 적용될 여지는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유(有)에서 (無)의 창조론'으로 한때 논란이 되었던 '날조'의 개념도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볼 때 국보법상 규정한 '날조'의 개념에 포섭된다. 
 
◇검찰이 위조됐다고 결론을 내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관련 국가정보원 제공 문건들(사진=뉴스토마토DB)
 
◇국보법상 '날조' 형법상 "위·변조, 증거사용 포함"
 
 
황 장관은 책에서 '날조'의 개념에 대해 "증거를 허위로 조작해 내는 것을 말하며 형법상의 위조·변조는 물론 위조·변조한 증거의 사용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과 김씨, 그리고 아직 기소되지 않았으나 이들과 공범관계에 있는 권 과장과 이 영사 등이 모두 개입된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회신문'만 보더라도 증거를 허위로 조작해 낸 문건이니 만큼 형법상은 물론 국보법상 '날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특별법 우선의 원칙상 국보법이 적용되는 것이 맞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더욱이 과거 국보법에서는 날조를 '유죄증거의 조작'이라고 규정해 유죄를 위한 증거의 조작만을 국보법상 '날조'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유죄와 무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단순히 '증거의 날조'라고 규정했다고 황 장관은 그의 저서에서 설명하고 있다.
 
 
유죄는 물론 무죄증거의 조작에 의한 범행도 가능할 수 있으므로 '날조'를 넓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보법 대신 형법 적용..공소유지 문제 없어
 
그렇다면 특별법인 국보법을 적용해야 하는 이번 범죄에 일반법인 형법을 적용한 것이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문제가 없다는 것 역시 대다수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형사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한 중견 변호사는 "실무상 특별법을 적용해 무겁게 처벌할 수 있더라도 정책적 배경에서 일반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원 역시 검사의 기소를 전제로 죄가 되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법원이 형법 대신 국보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공소유지의 기술 또는 목적상 혐의 적용 범위가 비교적 좁은 특별법 보다는 일반법을 적용하는 것이 유죄판결을 받기 쉬운 면도 없지 않다"고 해석했다.
 
검찰의 이번 혐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간첩 잡는 국정원 직원들을 간첩혐의로 의율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고려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씨가 지난 28일 항소심 공판 참석차 서울고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박중윤 기자)
 
◇간첩 잡는 국정원 간첩협의 적용 껄끄러웠나
 
국보법 12조1항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 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이 법의 죄'는 형사처분을 받게 될 혐의를 말하며 이번 사건에서는 '간첩죄'다. 검찰은 지난해 7월5일 유씨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즉, 이번에 기소된 김 과장과 김씨, 앞으로 기소될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형이 구형될 수 있게 된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모든 수사를 마무리 짓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이 국보법 대신 형법을 적용한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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