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김민성기자] KT ENS 법정관리 신청으로 특별금전신탁의 지급유예가 발생하면서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투자한 VIP고객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인 KT의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KT에 대한 해당 은행들의 소송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T ENS의 법정관리로 특정금전신탁의 지급유예가 발생하자 불완전판매가 의심된 4개 은행(기업·경남·대구·부산)에 대해 지난달 31일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지난 8일 경남은행에 대한 특검이 마무리된 데 이어 대구, 부산은행도 검사를 마쳤다. 기업은행은 현재 진행 중으로 이번주 검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 운용방법을 지정하는 상품으로, 투자 실적에 대한 실적배당이므로 원금은 보전되지 않는다.
KT ENS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위해 1857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13일 만기가 도래한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장과 관련된 신탁상품에 지급유예가 발생, 이에 따라 기업·경남은행의 고객들이 원금을 상환받지 못한 상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은 30~40건이다.
부산·대구은행은 KT ENS의 신재생에너지사업과 관련해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장이 아닌 타 사업장에 대한 신탁상품을 판매해 아직 만기일(11월)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고객 문의만 있을 뿐 민원까지 제기되지 않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투자한 사업장이 완공돼 KT ENS가 완전히 철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리파이낸싱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이로써 불안해하는 고객을 위해 만기일(11월) 전에 투자자에게 조기상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실예상액(1010억원) 가운데 투자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658억원) 고객들의 불안은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에서 투자액을 상환받지 못한 개인투자자만 485명에 달한다.
이들은 원금회수를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피해자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카페 회원은 100명, 이 가운데 피해자는 78명(수도권 48명, 경상도 20명, 전라도 8명, 충청도 2명)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11일 피해자 10여명은 기업은행 본점을 방문해 담당 임원과 14시간동안의 면담을 가졌으며,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기업은행을 방문했다.
피해자 A씨는 "지금껏 은행을 믿고 거래한 VIP들인데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오히려 '법대로하라'며 당당하게 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 B씨는 "피해자 대부분이 상품 가입시 원금손실에 대한 설명듣지 않았고, KT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에 투자했다"며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 판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원금손실 가능성, 정확한 투자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전화로 계속해 권유를 받고 영업점을 방문해 가입했다는 피해자도 있다.
금융당국은 저금리 기조 등으로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자 지난해 11월 '특정금전신탁 제도 및 영업관행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상품을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으로 홍보할 수 없으며, 원금 손실 가능성 등 투자위험을 철저히 설명하도록 했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금융사의 무분별한 영업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이 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기업은행 피해자 30여명은 오는 25일 3차 모임을 갖고 기업은행 본점을 방문할 계획이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은행들은 KT ENS의 대주주인 KT의 꼬리자르기로 난감한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KT와 협상 중이고, 루마니아 실사단도 이번주에 돌아오게 된다"며 "5월말에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전에 피해자들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KT ENS만의 신용이 AA등급이 나올수 없다. KT를 고려한 신용등급"이라며 "기관투자자 뿐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행들이 공동으로 소송할 여지도 있다"며 KT에 대한 은행들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했다.
KT에서 지급보증에 나서지 않는 이상 피해자들의 원금보장은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사태의 경우 지난 10월 민원처리 태스크포스(TF)가 마련돼 7개월이 지난 현재도 분쟁조정 절차 중에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분쟁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소송으로 이어진다"며 "원금보장을 위해서 간단치 않은 절차를 거칠 뿐 아니라 피해자의 책임도 있게 되면 100%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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