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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구조조정, 금융제도 개선 없이는 이벤트에 불과"
2015-11-11 16:20:07 2015-11-11 16:20:07
중소기업계는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지원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계는 해마다 70만~80만개의 기업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상시적으로 신생과 소멸을 겪고 있고 매년 금융당국의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기업 중 부실한 기업이 있으면 퇴출되는 게 맞다"며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구조조정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간헐적으로 마치 군사작전을 수행하듯 목표를 잡아놓고 일정 수의 기업을 퇴출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업계에는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중소기업도 한데 묶여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은행들이 제대로 신용심사를 해서 자금을 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기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의 부실을 중소기업 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풍조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금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로 부실기업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결과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을 보면 과연 지속성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구조조정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한계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그는 "현재처럼 정부가 주도해서 중소기업 신용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신용심사나 보증지원제도를 민간으로 이관시키거나 은행 내에 대안적인 금융공급 수단을 제공하는 등 금융지원 수단이 다양하게 개발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제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한계기업들의 대출이 많고 신용위험도가 높다고 해서 그 기업들을 다 퇴출시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나 경영상의 일시적 어려움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성장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분류되어 비자발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 등 단순 경영지표 보다는 기술성과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협의회는 이어 "추후 자구노력으로 정상화가 가능한 중소기업에 여신회수, 한도축소 등의 조치가 취해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건실한 중소기업이 사라진다면 이는 오히려 경제 활력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세부평가 대상 중소기업 1934곳을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175곳을 꼽았다고 11일 밝혔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이 '2015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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