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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탄핵 표결, 제3의 길은 없다
2016-12-04 14:03:43 2016-12-04 17:43:14
몇 주 째 “이번 주가 정국의 분수령이다”는 말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 지난 두 달 여간 한국은 매주 정치적 분수령을 넘고 있다.
 
‘주중엔 믿기 어려운 뉴스들이 쏟아지고 청와대를 사이에 두고 정치적 압박과 버티기가 펼쳐진다. 금요일에는 정례 여론조사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확인되고 주말엔 촛불 인원이 계속 신기록을 경신한다. 일요일 하루를 쉬고 월요일부터 똑같은 상황이 반복 된다’
 
5, 6주 째 반복되는 그림이다. 피로도가 높아질 때도 되긴 했다. 사실 ‘버티기’는 박 대통령의 특기 중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쳇 바퀴 같은 그림의 주역들 가운데 가장 견고한 쪽은 국민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주는 진짜 ‘분수령’이다. 주간 타임테이블은 다음과 같다.
 
5일, 월요일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제2차 기관보고가 진행된다. 청와대(대통령비서실·경호실·국가안보실)와 기획재정부·교육부 차례다. ‘약물게이트’와 세월호 7시간의 단초가 드러날지 관심사다.
 
6일과 7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1·2차 청문회가 열린다. 6일에는 이재용·정몽구·최태원·구본무·김승연·손경식·조양호·신동빈·허창수 등 이른바 8대 기업 총수가 한꺼번에 증언대에 선다. 국회 사무처는 이 청문회에 대해 벌써부터 엄격한 취재제한 지침을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7일 2차 청문회에는 궁금했던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최순실·차은택 씨와 김기춘·안종범·우병우·조원동·정호성·안봉근·이재만·김종, 그리고 최순득, 정유라, 장시호, 김장자 등.
 
그리고 7일은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가 '내년 4월 30일 퇴진, 즉각적인 2선 후퇴'라는 새누리당 친박-비박 합의 당론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한 시한이기도 하다.
 
8일 목요일에는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지난 3일 발의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다. 그나마 긴장 속에서 하루 숨을 고르는 날이다.
 
그리고 9일, 금요일.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12년 9개월 만이다. 2004년에는 육탄 충돌도 있었지만, 이번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9일 금요일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긴장도를 높여가는 드라마 같은 한 주가 될 것이다. 12년 전에는 탄핵 가결의 후폭풍을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엔 탄핵이 부결될 경우 그 후폭풍을 예측키도 힘든 상황이다.
 
‘오직 압박의 대상일 뿐인 부역자’인지 ‘함께 가야할 파트너’인지는 모르겠지만 캐스팅 보트를 새누리당 비박계가 쥔 것만은 분명하다.
 
김무성 전 대표 쪽은 청와대가 ‘4월 퇴진 발표’를 하면 탄핵 대열에서 철수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 일시를 천명한다고 해도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탄핵 표결에 찬성하겠다는 쪽이다.
 
지금 청와대가 미온적인 이유는 ‘여야 합의’가 모양새가 더 좋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탄핵 발의 날짜에 대한 계산 차이만으로도 국민의당이 폭탄을 맞은 마당에 박 대통령 퇴진 날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다. 청와대가 ‘4월 퇴진 발표’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박 대통령은 6, 7일 어간에 수용의사를 밝힐 것이 분명하다.
 
이러니 냉정히 전망해보면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뭐가 어찌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주말에도 “이번 주가 정국의 분수령이다”는 말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탄핵표결의 선택지는 찬성과 반대뿐이라는 것. 제3의 길은 없다. 기권도 불참도 모두 반대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롯이 스스로 지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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