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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이회창, 박근혜 그리고 홍준표
2017-10-30 06:00:00 2017-10-30 06:00:00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보수 통합, 인적 청산, 서청원 의원과 진실 게임 등 과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유한국당 전통적 지지층의 동정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결국은 처리해야 할 일이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은 정치적, 역사적 책임이라도 지고 당을 떠나야 한다”는 홍 대표 측 주장의 말은 옳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젠 해결해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탄핵심판 이후 벌써 7개월여가 흘렀고, 지금이라도 끊어내지 못한다면 자유한국당과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통령과 지지층에게 계속 발목이 잡혀서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후퇴하지도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처리할 최고위, 서청원·최경환 의원 문제를 다룰 의원총회에 대해서도 ‘까봐야 안다’는 전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대체 왜?
 
답은 홍준표 대표 본인에게 있다. 이회창, 박근혜와 자신을 견줘보면 된다.
 
이번 방미 기간 홍 대표는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반대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현재 한국 정부의 주류다”면서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전술핵 도입,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다가 부차관보급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면박에 가까운 반박을 당하기도 했다.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려 섞인 질문을 듣고는 “공화당은 상당히 우리 쪽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이나 일부 민주당 성향의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엉뚱한 국내식 편가르기 대답을 내놓았다. ‘동북아 핵 도미노’ 우려에 대해선 "일본은 핵을 가지려면 가지라고 해라. 일본이 (핵이)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이냐"고 응수했다.
 
박사모 발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국내판 ‘아무말 대잔치’가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과거 1야당 대표들은 안 그랬다. 2005년 미국을 방문했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일정 내내 한미공조 상황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제된 발언을 통해서였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주최 오찬연설회에서는 "북미간의 상호불신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 서로 먼저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북미간 불신이 하나의 이유"라면서 미국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 로버트 졸릭 당시 국무부 부장관 같은 최고위급 인사와 회동이나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수 언론과의 간담회에서도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다.
 
2002년 초 당시 이회창 총재의 방미도 비슷했다. 이 총재는 당시 김대중정부와 차별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자신의 대북정책 방향을 ‘전략적 포용’이라고 정리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선 ‘긍정적 성과가 있었지만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추진하다 국민적 합의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딕 체니 당시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도 줄줄이 만났다.
 
한나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는 여럿이었지만 대선 후보와 대표를 모두 지낸 사람은 이회창, 박근혜, 홍준표 딱 셋이다. 그런데 홍 대표와 두 사람의 방미를 비교해 보면 말의 내용과 수사(修辭), 품격, 위상 모두가 천지차이다.
 
‘박근혜는 끝났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홍준표도 괜찮다. 옛날 이회창, 박근혜 이을 만하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박근혜는 ‘끝나도 끝나게 아닌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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