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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세대교체 격변기…경영권 승계 도래에 친정체제 강화가 목적
SK·LG 이어 삼성·현중·한화 인사 태풍…"다음 차례는 현대차"
2017-11-19 17:39:59 2017-11-19 17:48:1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계의 세대교체가 활발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릴레이’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정체제 강화를 목적으로 '믿을맨'의 중용이 눈에 띈다. 3·4세 승계시점이 본격화되면서 일부는 과도기도 보인다. 2인자로 군림하던 전문경영인의 퇴진은 공통 분모다. 사법 처벌에 따른 경영 공백 등 그룹마다 특수한 상황도 인사에 작용하고 있지만, 측근들을 전면 배치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다지는 것이 재계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지난해 연말 LG 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은 그룹 사업 전반을 챙기는 역할로 지위가 격상됐다. 이후 전략보고회, 업적보고회 등 각종 경영회의를 주관하며 구본무 회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LG가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장자승계 원칙이 확고하다. 재계에서는 아직 30대인 구광모 상무가 보다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구 부회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부회장에 대한 구 회장의 믿음을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지난 인사의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연장선에서 올 연말 인사에서는 구 상무의 승진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SK는 세대교체 색깔이 훨씬 뚜렷했다.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60대 수뇌부 3인방 모두가 2선으로 물러났다. 이들의 빈 자리는 조대식 SK 사장(현 수펙스 의장), 박정호 SK C&C 사장(현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현 SK 사장) 등 신 트로이카로 채웠다. 이중에서도 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정호 사장의 보폭이 크게 넓어졌다. SK 통합 지주회사 출범을 주도했던 박 사장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도 크게 기여하며 최 회장의 신임이 한층 두터워졌다는 전언이다. SK하이닉스의 인적분할과 함께 최 회장이 그리고 있는 기업의 재정의에도 관여하고 있다.
 
삼성은 총수 공백과 미래전략실 해체에 따른 그룹 컨트롤타워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16일 임원인사를 끝으로 한 달여 진행됐던 삼성전자 인적쇄신의 진통 끝에 60대 경영진이 대거 퇴진하고 50대 사장단 진용이 새로 갖춰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지성·권오현 부회장 등 부친 세대와 결별하고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후보, 정현호 TF팀장(사장) 등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사상 최대 실적 행보와는 다소 동떨어진 ‘60대 룰’이 재계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다른 그룹들의 연말 인사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승계 시점이 도래한 그룹사들이 삼성 사례를 앞세워 본격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14일 현대중공업 사장단 인사에서 그러한 관측이 일부 적중했다. 최길선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한 시대를 마감했다. 동시에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문화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에 올라 승계 속도를 더했다. 정 이사장의 최측근인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지주사 체제를 정비하고 원활한 승계 과정을 도울 것으로 예측된다.
 
17일 한화 사장단 인사에서도 체제 변화가 있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해 기존 금춘수 부회장과 함께 3각 편대를 갖추게 됐다. 이들은 그룹 내 의사결정 최고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원회의 멤버들이다. 재계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커지는 한편, 김승연 회장의 아들들이 포진한 부문의 수장들을 승진시킨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도 12월 말로 예상되는 연말 정기인사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이 난청 등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빨리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한층 수위를 높이면서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위기가 불거지면서 조직 쇄신을 위한 인사 명분도 커졌다. 이미 해외생산·판매법인 통합 등 조직개편과 맞물린 구성원의 대대적 변화가 예고됐다. SK와 삼성을 덮친 인사 폭풍의 다음 차례는 현대차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 기류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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