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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 편편)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일어서자
2018-01-03 06:00:00 2018-01-03 06:00:00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07년 5.5%를 달성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0.7%로 급전직하했다가 그 이듬해 6.5%로 반등한 이후에는 3%대로 추락했다. 박근혜 정부 기간중에는 2%대로 더 낮아졌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2.78%에 불과했다. 2017년 3%를 약간 웃도는 성장을 달성한다 해도 평균 3%를 넘지 못한다.
 
요컨대 지난 10년은 우리나라에도 ‘잃어버린 10년’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도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 넘게 3만달러 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무역규모 1조달러 돌파라는 경사도 있었지만, 우리 경제를 저성장 늪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패배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언제까지나 2%대 성장에 머무르고 다시는 3%대로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낭패감이었다. 아니 영원히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겨졌다.
 
사실 지난 10년동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수정권은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렇듯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서는 헤어나오지 못했다. 벗어나겠다고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갔다. 그 10년동안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는 숫자상으로 다소 높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잠재력에 비해서 상당히 낮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잠재력은 억눌리고 경제의 활력은 시들어갔던 것이다.
 
10년동안 수출은 비교적 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체의 잠재력이 억눌리고 정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 사이 국내 경제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수출대기업은 흥겨운 세월을 구가했다. 정부가 세제나 금융 등 각종 정책을 통해 수출대기업을 지원했고, 재벌의 웬만한 비리는 눈감아주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선진국 경제회복과 중국 시장의 확대 등 해외경제흐름도 한국의 수출을 도와주었다. 이에 따라 수출대기업은 크게 성장하고 내부유보금 또한 급증했다.
 
반면 내수중심의 중소기업이나 서민가계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갑질횡포에 시달렸고, 실업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소득불평등도 심화되는 등 양극화는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깊어졌다. 그 결과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소비여력도 감소하기만 했다. 그러니 내수는 위축됐다. 가구소비지출은 2010년 6.4%로 잠깐 높아진 이후 점차 낮아져 2016년에는 아예 0.5% 감소했다. 어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1996∼2005년 평균 70.1%에서 2006∼2015년 평균 56.0%로 14.1%포인트나 하락했다.
 
숫자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국내 경제의 선순환구도가 무너졌기에 내수는 회복되지 않았다. 정부가 여러가지 방책을 동원해 내수 살리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추경예산을 3차례 편성하고, 2차례에 걸쳐 ‘재정패키지’라는 명목으로 수십조원을 투입했다. 일부 품목의 개별소비세를 깎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처방이었기에 반짝효과 밖에 없었다.
 
게다가 교육비와 의료비 등 각종 생활비용이 국민 생활을 옥죄었다. 금융사의 바가지 금리와 수수료 등 잘못된 금융관행 등도 한몫했다. 삶의 질은 갈수록 나빠졌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일으켜보려던 창의적인 인재도 견뎌내기 어려웠다. 그러니 ‘경제혁신’은 고사하고 국가경제의 잠재력도 메말라 갔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말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연속3%대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 핵심골자였다. 특히 '사람중심 지속성장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과거의 성장논리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어서 일단 눈길이 간다.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닥까지 추락한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가경제의 잠재력을 살려내는 일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의 마음을 모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혁신성장도 가능하다. 삶의 질이 곧 성장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바탕 위에 국내 경제의 선순환구도를 복원하면 3%대는 물론이고 4%대 성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열린 월드컵축구대회에서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된 결과 4강신화를 일궈냈다. 경제성장의 원리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잃어버릱 10년’의 낭패감을 이겨내고 새로운 경제활력을 일으키는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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