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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공론' 된 스타트업 창업지원금…신청 절차·지원 시기 현장상황과 괴리 커
"초기기업인데 신용등급·경력 심사는 불합리" 토로
"스타트업확인제도 필요" 목소리도
2018-01-15 16:21:13 2018-01-15 16:42:42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정부의 스타트업 대상 정책자금 지원사업의 절차가 좀더 간소화돼야 한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직된 지원 프로세스로 인해 젊은 초기 창업기업인들이 사업진행의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주된 목소리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대표적인 창업지원금으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신용보증기금의 청년창업특례보증, 기술보증기금의 청년창업특례보증 등이 꼽힌다. 모두 융자형태로 진행되는데, 보증 신청 과정이 복잡해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 융자 지원조건으로 대표자 신용등급이나 경력, 매출 등을 심사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의 경우 20~30대가 대부분이라 신용등급이나 경력 등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15일 벤처기업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 대표자 신용등급은 B등급 이하가 다수를 차지한다. 사업 시작 단계인 만큼 매출도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A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초기기업인데도 융자지원 조건으로 대표자 신용등급이나 경력, 매출 등을 보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융자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있는 시기가 융자금 교부 시점과 맞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매출이 아직 불안정해 자금이 필요할 때 융자를 받으러 가게 된다. 그런데 계속해서 부가세 신고와 재무제표 등의 문제로 신청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지적을 받는다"며 "중진공의 경우 1월과 3월에 자금이 많이 나오는데 부가세, 재무제표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 관련 내용을 채워 다시 제출하면 이미 자금이 소진돼 있다"고 토로했다.
 
초기기업의 경우 특히나 적절한 시기에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정부 창업지원금의 처리 절차가 너무 늦다는 지적도 있다. B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정부 융자금이 나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창업지원금을 받는 데 1~2년이 걸렸는데 창업 후 1~2년은 골든타임"이라며 "정부 지원금이 제 때 적재적소에 나오지 않고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창업기업들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창업지원금의 경우 투자금이 아니라 국민 세금을 바탕으로 하는 융자인 만큼 관련 법에 의거해 지원조건을 면밀히 따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서류 절차나 매출 조건 등에 대해선 여전히 개선될 부분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남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지원팀장은 "투자와 융자는 다른데 혼동을 많이 한다. 사실 융자는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세금이기 때문에 조건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원이나 회수 절차에서 요구되는 서류의 경우 작성하기 쉽게 간소화되거나 통일될 필요는 있다. 기관별 신청서마다 서식이 너무 달라서 지원기업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팀장은 "기업이 융자를 갚을 능력이 어느 정도는 증명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표자 신용등급 말고 벤처기업확인이나 이노비즈기업확인처럼 스타트업쪽에도 확인제도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민간 주도로 개편되는 벤처확인제도에 스타트업과 관련해서도 확인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스타트업 대상 정책자금 지원사업의 절차가 간소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년 글로벌 청년창업&스타트업 대전'에서 상품기획자들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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