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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밀양 참사에도 소방안전법 차일피일
잇단 대형참사에 국회 비판 커져…재난안전특위는 입법권 없이 시늉만
2018-01-28 15:20:55 2018-01-28 15:21:01
[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 연이은 대형화재로 인명피해가 늘면서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방안전 관리와 예방대책을 강화한 법안들이 수북한데도 차일피일해 지금과 같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모두 38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했다. 지난 해 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망자 29명·부상자 36명)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인명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이외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일어나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잇단 참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제천 화재 이후 비난의 화살이 국회로 향하자 지난 10일 소방안전 관련 법안 5건을 허겁지겁 처리했다. 소방기본법을 비롯해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 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 소방시설공사업법,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본회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사이 밀양 참사가 또 터졌다. 여야가 개헌 문제와 각종 개혁법안 등을 놓고 다투면서 본회의 안건이 계속 줄어든 탓이다.
 
소방법은 공동 주택에 소방차 전용 구역을 가로막을 경우 과태료를 현행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높였다. 도로교통법은 소방본부장이 다중이용업소 영업장 건물 주변을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고, 소방시설공사업법은 건물 방염처리업자 능력을 국가가 평가·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같이 시급성을 요하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재탐지설비가 화재를 감지하면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 등에게 통신망으로 화재신호를 통보하는 기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거나, 피난기구를 11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에도 설치토록 하는 등 아직도 심사하지 못한 법안이 많다.
 
30일부터 한 달간 2월 임시국회가 문을 열지만, 행안위는 아직 법안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내달 2일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공청회만 예정돼있다. 그나마 활동 중인 이 특위도 제 역할을 못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포항지진 이후 국회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설치했으나,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질타한 것 외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천 참사 때도, 밀양 참사 때도 그저 사후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만 급급할 뿐 사전 예방책은 요원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법체계의 종합적인 정비를 위해 특위에 입법권 등의 실질적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잇단 재난에 여야가 힘을 모으기 위해 특위를 만들었지만, 입법권이 없어 활동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입법권을 보장해 폭넓은 논의를 하고, 그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9일 국회 제5회의장에서 변재일(아래) 위원장 주재로 재난안전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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