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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실사, 정부 추가지원 '명분쌓기용' 우려"
전문가들, 빈손 부실실사 우려 한목소리…심상정 "이미 결론낸 듯한 행보"
2018-02-28 06:00:00 2018-02-28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지엠 정상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지원의 잣대가 될 실사작업이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M측이 수만명 근로자의 일자리를 담보로 '철수'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의 '실사'가 추가지원을 전제로 한 명분쌓기용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다.
 
업계 전문가들은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국회 답변에 대해 "정부가 GM에 대한 추가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명분쌓기용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위원들의 '부실 실사' 우려에 대해 "원가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실사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GM과 협의 중"이라며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키 포인트이고,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 투자에 대한 방향을 이미 결정지어 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밝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검증한다고 공표한 재정 실사도 결국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GM측의 자료제공에 의존하고 있는 실사라는 점에서 결국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이 어떤 기업인데 장부상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도록 놔뒀겠냐"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GM의 재정지원 요구가 더 커질 것이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유지수 국민대 총장도 “한국지엠의 문제가 한 두 해 된 것도 아니고 재정 상태고, 생산성이고 다 파악이 돼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실사는 나중에 (산은의) 배임 문제 등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무슨 의미를 갖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실사 결과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재정지원을 거부할 명분을 잃게 된다. 만의 하나 GM측을 추궁할 단서가 잡힌다해도 규제 권한이 없는 우리 정부로서는 ‘비토권’ 설정이나 재발 방지 요청 선에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부실 실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빠른 실사보다 제대로 된 실사를 강조했다. 심 의원은 "산업은행은 3월말까지로 실사를 마치기로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며 "정부는 실사 후 원칙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빠른 실사’는 이미 정치적 판단이 전제된 선택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국민혈세를 지원해 시한부 연명에 급급했던 지금까지의 기업구조조정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또 "한국GM 경영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동안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실패 사업장에 대한 실사조차도 최소 2~3 달 이상이었다"면서 "'원칙적 대응'이 아니라 조기 사태 수습을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지엠에 GM 북미의 매출원가율을 적용해보면, 3년간 1조원의 이익을 내는 흑자기업으로 전환된다”며 “GM 자동차부문 전체의 매출원가율을 적용해봐도 1000억원대의 적자로 적자규모가 크게 감소한다”고 회계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실사는 물론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이에 대해 "소수주주(17%)로서 경영 통제를 위해 적극 노력했으나, 권한 행사에 사실상 한계가 있고 한국GM 측도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고만 해명했다.
 
군산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이 24일 군산 소룡동 자동차융합기술원 입구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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