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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오락가락 '경영평가'에 금융권 '혼란'
건전성 중심서 채용·영업으로 무게이동…일부는 중복검사 받을판
2018-06-11 08:00:00 2018-06-11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벌이는 경영실태평가의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금융권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장이 최근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다.
 
경영실태평가에 영업행위나 채용문화에 대한 점검 사항이 강화되면 피감기관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최흥식·김기식 등 전임 원장들이 지배구조, 가계부채, 채용비리 등 별건의 검사들을 이미 진행한터라 일부 금융사는 앞서 받았던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권 경영실태평가 기준에서 '사회적 책임' 항목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년마다 실시하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는 20여명의 조사인력이 파견돼 한달 가량 진행한다. 각 업권의 감독시행세칙에 따라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경영관리, 수익성, 유동성 등을 평가한다.
 
경영실태평가 평가 항목 가운데 자본적정성이나 자산건전성보다는 경영관리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보호에 얼마나 힘을 기울이는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이 얼마나 높은지 등 정성적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등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는 사안에 대해 앞으로 금감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예컨대 벌어들인 수익을 신규 투자(일자리 채용)에 얼마나 쓰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달 초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공정한 채용, 소비자 권익 증진 등 사회적 책임 활동 여부를 경영실태평가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간부직원 워크숍에서도 그동안 금감원이 영업행위나 소비자보호 감독이 소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실태평가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금감원은 감독체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이를 경영실태평가로 바꿨다. 경영실태평가는 건전성 부문 검사에 집중하고 영업행위나 내부통제는 상시검사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에서다.
 
경영실태평가 기준이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권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채용비리, 지배구조, 가계부채 등 금감원의 별건 검사들이 잇따른 가운데 비슷한 기준들이 경영실태평가에 다시 강조되기 때문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금융권 지배구조와 가계부채,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검사를 대대적으로 벌였으며, 김기식 전 원장도 금융권의 가산금리 체계와 남녀 성차별 채용 현황을 지시, 금감원에서 현황 파악에 나섰었다. 지난해 말부터 불과 반년 동안 금감원이 진행했던 별건 검사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별 이슈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는 당연할 일일 수 있겠지만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또 검사받으라는 얘기 아니냐"고 토로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열린 간부직원 대상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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