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 강호순 사건 이용 '용산참사' 여론조작 지시"
경찰 진상조사위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메일 통해 지침 하달"
행정관 "촛불시위 반정부단체 대응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 적극홍보"
입력 : 2018-09-05 12:02:51 수정 : 2018-09-05 12:37:4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용산참사' 사건 원인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한 법집행이었던 것처럼 조직적으로 은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망 피해자 유족들을 사찰하고 검찰 수사에도 영향력 행사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용역회사 방화행위 묵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5일 발표한 '용산참사 사건 진상조사 심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월 용삼참사 발생은 사실상 경찰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철거업체 직원들이 용산4구역에 상주하며 철거민들의 영업을 방해해 신고가 이뤄졌지만 경찰은 현지 계도·현장정리 등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철거업체 직원들이 농성자를 위협하기 위해 방화행위 등을 하거나 출동한 소방관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경찰이 이를 묵인해 소방관이 화재진압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망루진압시 철거민 폭행·구타
 
진상조사위는 이어 "경찰 진압과정에서도 작전계획과 달리 실제에서는 100t 크레인은 1대만 왔고, 에어매트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가사다리차 및 화학소방차는 현장에 오지도 않는 등 안전에 대한 대책이 매우 미흡한 점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1차 진압작전 이후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는데도 서울청 차장, 기동본부장, 용산서장, 경찰특공대장 등 현장 지휘부는 이런 상황을 도외시하고 망루 제2차 진입을 강행했다"면서 "이는 경찰특공대원들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수행이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경찰은 남일당 망루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철거민 농성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폭행과 구타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상요구 유족들 미행·사찰
 
참사 후에도 경찰은 진상 은폐를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유가족 및 단체활동가들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은 사건 직후부터 유가족 등에 대한 동향파악과 미행 등을 하기 위해 서울청 등 지방청 정보과의 지휘 하에 각 경찰서 정보관을 동원해 '이동상황조' 등을 편성 운영하고,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대상으로 본 사건 관련 각종 여론조사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등 경찰 조직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입만 바라보는 언론에 기사거리 제공"
 
이 같은 '용산참사' 사실은폐 및 조작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L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 사건을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시키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면서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컨텐츠 생산과 타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린다"고 지시했다. 또 "본 사건으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MB 청와대 "개인 아이디어 전달"
 
경찰은 이에 따라 당시 발생한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해 강호순의 얼굴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는 등 여론 조작에 나섰다.  
 
당시 이명박 청와대는 "자체조사 결과 국민소통비서관의 한 행정관이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했다"며 "청와대가 경찰에게 본 사건 관련 보도지침이나 공문을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전달한 점, 실제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 전인데도 KBS 등 다수 언론에서 관행을 깨고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이례적 보도 행태를 보였던 점, 경찰이 자체적으로 언론 홍보 및 여론 조성을 시도하고 있었던 점 등을 보면 청와대의 위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이날 지적했다. 
 
조사위 "경찰, 유족에게 사과해야"
 
진상조사위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경찰지휘부의 지휘 잘못에 대해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들에게 사과할 것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온라인·오프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을 금지할 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또 용산참사 사건 진상규명 결과에 대한 의견발표와 철거용역 현장에서의 경찰력 행사, 이동상황조 편서 및 운용 김지, 변사사건 처리 규칙과 경찰특공대 운영규치 개정 등을 아울러 권고했다.
 
용산참사 사건은 2009년 1월19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일대 재개발구역 철거민 32명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이 지역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는 것을 경찰이 강제진압한 사건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소속 경찰특공대원을 무리하게 투입해 철거민과 충돌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철거민 6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철거민 9명과 경찰특공대원 21명이 부상당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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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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