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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놓고 심경 불편한 '박원순' 시장
대규모 그린벨트 정부가 해제 가능 불구 서울시에 책임 떠넘기기 지적
2018-09-10 06:00:00 2018-09-10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최근 박원순 시장의 심경이 편치가 않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 공급 확대 카드로 ‘그린벨트 해제’를 만지작거리면서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서울 집값을 잡고자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 중인 가운데 지난 6일 저녁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남을 가졌다. 배석자 없는 두 사람만의 비공개 만남이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의견이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입장을 밝혔다. 여당과 정부는 추석 전 부동산 대책 발표도 앞두고 있다. 
 
높아지는 압박 수위에도 서울시는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며 그린벨트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린벨트는 ‘마지막 녹지방어선’인 만큼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는 그린벨트 해제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정책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공급 확대 방향에는 뜻을 같이하는 만큼 도심에서 시유지, 역세권 저이용지 등을 발굴해 그린벨트 해제 압박을 방어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정한 녹지는 21세기 시민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그린벨트는 팽창하는 개발의 물결 속에서도 일관되게 지켜온 도시운영 원칙 중 하나”라며 “그린벨트는 단순히 부동산 정책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다.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면 유휴지를 활용 방안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의 요청 없이도 국토부가 의지만 있다면 직접 해제할 수 있다. 30만㎡ 미만 그린벨트의 경우 서울시장이 상정을 해야만 중앙정부가 중앙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 해제한다. 하지만 공급량을 늘려 시장을 조절해야 하는 현 상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30만㎡ 이상의 그린벨트 해제 시 국토부도 지자체와 협의를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지자체가 아닌 LH를 통하면 해제 절차에는 문제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박 시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일을 압박하는 이유를 두고 결국 시간이 흐른 후에 ‘누가’ 그린벨트를 해제했는가를 따질 때 박 시장과 시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 내부에서도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앞서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을 박 시장으로 삼았던 전력이 있는 만큼 부동산 정책의 실패 책임을 피하고자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지난달 부동산시장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자 정부는 수차례의 어긋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책임은 뒤로 한 채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주범으로 삼은 바 있다. 결국 박 시장은 정부와 맞서는 대신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를 보류하며 한 발 물러섰다.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정치적 손해보다 중요하다는 나름의 판단이었다.
 
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공을 위해서도 그린벨트가 아닌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후대에 죄를 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 세종실에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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