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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호' 산은 1년…"구조조정 형평성 잃고 조직혁신 실종"
구조조정 일관성 못지켜…제대로 이행 안된 조직 쇄신안에 경영 지속
2018-09-11 07:00:00 2018-09-11 07: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문재인정부의 국책은행 수장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1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산은은 이에 맞춰 지난 1년의 정책 성과라며 신속한 구조조정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안팎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구조조정에 거액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신성장산업 지원에 발목이 잡히게 됐고, 자회사 매각 등 혁신안 이행이 지지부진한 채 방만한 경영관리가 지속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성과연봉제 등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이 물건너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더욱이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구조조정 조차도 산업계에서는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은 회장이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조직 안팎에서 "산은이 구조조정에 매몰 돼 형평성을 잃고 자금난에 신성장산업 육성을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특히 조직 쇄신안 이행이 방향을 잃고 내부혁신은 자취를 감췄다는 비판이 들린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래 쉴틈없이 STX조선, 금호타이어, 한국GM사태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휘해왔다. 이 회장이 "구조조정의 판단기준은 대상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느냐"라며 구조조정의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에 따른 고통분담을 내세웠다. 해외매각을 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강수를 뒀고, 결국 그 원칙을 관철시켰다. 지난 4월 STX조선 스스로 고정비를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대가로 법정관리를 철회했다.
 
하지만 한국GM사태를 다루면서 이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은 한층 유연해진다. 한국GM이 수년 연속 적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산은은 혈세가 바탕이된 신규자금을 출자하고 최대주주인 GM은 대출금 출자전환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자리와 비토권을 잃지 않기 위해 한국GM에 자금을 투입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일관성은 지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은행이 추진하기로 한 내부혁신안 이행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안은 대우조선해양 관리부실 문제로 조직 쇄신을 요구받은 산업은행이 지난 2016년 발표한 것으로 올해 말 완료 목표를 두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산은 임직원 재취업 전면 금지, 재무건전성 확보, 보수 및 예산 삭감 등 자구노력 등을 담고 있다.
 
산업은행에서는 혁신안 이행을 대부분 완료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혁신안의 사각지대가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퇴직 임직원의 유관기관 재취업 등이 문제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11명의 산은 퇴직자가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들은 재취업 기업의 대표이사나 감사, CFO, 부사장 등 요직에 앉았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신성장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중소·중견, 벤처기업을 지원하려고 하지만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 회장은 다시 적자 사태를 초래하지 않고 산은만의 강점을 살릴 방법으로 '수신 기반 확대'를 꼽았다.
 
연 4% 이상의 금리를 주는 고금리 적금상품 출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시장 교란 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연 4.1% 금리는 은행권 적금 중 단연 최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품구조인데 국책은행이 소매금융에 나서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한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논란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내부 불만이 팽배하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금융적폐로 꼽히는 있는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에 대한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 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산업은행 본연의 업무가 제대로 담보되지 않으면 수익성 확보와 정책금융 재원 마련도 어렵다"며 "신성장산업 육성 등 산업 마중물 역할에 대한 플랜이 나오기는 했는데 재원이 담보되지 않아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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