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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인터넷은행, 이제 시작이다
2018-09-21 06:00:00 2018-09-21 06:00:00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가 20일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일부 강성 의원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던 법안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금융권 종사자들을 포함해 주무부처인 금융당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은산분리 완화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은산분리 완화가 이념화, 정쟁화된 측면이 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적폐 청산'이라는 국정 과제와 맞물려 박근혜정부에서 허가해준 인터넷은행은 '적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일부 강성 의원들의 반대 역시 은산분리 완화 자체라기보다는 인터넷은행이 지난 정권의 산물이라는 데 반발이 더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정쟁을 넘어 은산분리 빗장을 푸는 결과를 내놓았지만 재벌이 인터넷은행을 지배, 대기업 총수의 '개인 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들도 이날까지도 "은산분리 완화는 재벌은행을 초래하는 적폐의 시작"이라며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선례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중국에서는 벌써 IT업체 샤오미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세번째 인터넷은행이 연내 영업을 시작한다.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각국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 이미 8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 일본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가 없었을까. 대기업에 은행 문호를 개방하는 대신 강력한 '사후관리'로 이를 대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은행 관계자들도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대상기업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돈을 빌리려고 은행 문을 두드리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권은 '내부의 적'이 아니라 '외부의 적'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IT공룡 기업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은 벌써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플랫폼을 구상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분을 취득,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텐센트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23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금융산업 혁신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산업과 금융의 융합을 끌어내는 것이다. 다시 비생산적인 갑론을박과 이념 공방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은산분리 완화는 금융혁신 과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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