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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통계를 잘 활용하려면
2018-09-27 06:00:00 2018-09-27 06:00:00
자영업자와 고용통계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폭 오른 최저임금과 시행된지 얼마 안되는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에 대해서도 답답한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통계 숫자 중에는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단면만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다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하는 꼴이다.
 
이런 의미에서 증권 통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경우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냉정한 이해가 필요하다. 
 
증권시장 통계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주가수익비율(PER)이다. 회사의 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수치를 주당순이익(EPS)이라 하고 주가가 이것의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숫자다. 주가수익비율이 낮으면 저평가되었다고 하고 높으면 고평가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평가된 주식을 사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공표하는 8월 말 코스피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11.01이다. 코스피시장의 평균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11배 정도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코스닥시장은 평균 42.87이다. 숫자만 보면 코스피시장이 저평가되어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절대 투자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참고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식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25배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 못지 않게 자주 사용되는 통계 수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주가수익비율과 같은 개념으로 주가가 주당순자본(BPS)의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숫자이다.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으면 저평가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1보다 낮으면 회사의 주식가치가 자산가치보다 못하므로 아주 저평가된 셈이다. 8월 말 코스피시장의 평균 주가자산비율은 1.04이고, 코스닥시장은 2.22이다. 마찬가지로 이 수치를 가지고 코스피시장이 코스닥시장보다 저평가되었다고 믿고 투자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주가수익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이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으로만 투자하면 낭패를 본다. 그래서 다양한 변형과 유사 지표가 나타났다. 순이익이 회사의 지속적인 영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보유자산의 평가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지므로 순이익 대신 영업이익을 이용하거나 아예 순이익은 제처두고 회사의 시가총액 등으로 경제적 가치(EV)를 계산하는 지표도 있다. 
 
주가순자산비율의 경우에도 자산가치가 취득원가로 계산되었다면 이를 시가로 환산하는 경우 훨썬 더 좋은 비율이 나오기도 한다. 또 상장회사의 재무제표가 3개월에 한 번씩 발표되므로 이를 사전에 분석·예측하여 미래의 주가수익비율을 계산할 수도 있다.
 
실제 상장회사의 주가수익비율 분포를 보면 아예 이익이 없거나 적자여서 '0'으로 표시된 것부터 '100'이 넘는 회사까지 다양하다. 주가수익비율이 '2' 정도여서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회사의 주가가 내리고 '100'이 넘는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작년 증시를 달궜던 제약·바이오 주식 중에는 매출도 아주 작고 이익은 아예 없는 회사가 상당해서 앞의 두 비율을 산출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것을 보면 통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1969년 마리오 파리나가 처음 제기하고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가 주장한 주가수익성장율(PEGR)은 주가수익비율을 수익성장율로 나눈 것인데 같은 주가수익비율이라도 왜 주가가 다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증권 통계는 과거의 수치로 계산된 것이어서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법의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연관성이 낮은 숫자를 조합하여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최근 1년간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된 회사가 67개사이고 상장폐지된 경우가 31개사인데 이것을 두고 상장폐지율 46퍼센트라고 하는 것이다. 통계라고 할 수 없는 '아무말 대잔치' 수준이다. 
 
완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과 주가자산비율은 여전히 가장 많이 이용되는 쓸모있는 통계지표이다. 미래에 이 두 비율이 개선된다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경우 한 때 주가수익비율이 123배가 넘기도 했는데 주가가 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두 개의 통계수치에 의존하기 전에 잘 이해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최욱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choica@kone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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