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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지배구조·내부통제 감독, 가이드라인에 의존
당국 요구 어겨도 '경영유의' 불과…"관련 법안 내년 2월에야 논의"
2018-12-11 09:00:00 2018-12-11 09: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행정지도 성격인 '가이드라인'에 의존할 처지에 놓였다. 당국의 엄포에 따라 금융사들이 이미 관련 내부규범을 손질한 상태지만, 앞으로 이를 어기더라도 제재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1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발의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과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내년 2월 임시국회를 바라보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나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은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며 "정부 발의안 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발의안이 있기 때문에 병합심사를 거치는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사 CEO의 셀프연임을 막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 등 임추위 위원이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참석하지 못하다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임추위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고, 5억원 이상의 임원의 보수공시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으면 최소 경영유의조치부터 최고 임직원 해임까지 추진할 수 있도록 제재 근거를 명시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 전에는 당국이 지난해 말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운영해왔다.
 
이 같은 분위기에 지배구조에 문제점이 발견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농협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대부분 금융지주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와 회장후보추천위에서 회장 참여를 배제했으며, BNK금융과 JB금융, DGB금융지주 역시 임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규제 성격의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국의 권고에 따라 지주사들이 경영승계 내규를 개정했지만, 내규를 어긴다하더라도 경영유의 조치만 받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 마련 당시에도 금융지주사들은 당국이 CEO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개편한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에 대한 제재 수위는 따로 명문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내년 임시국회에서 논의하더라도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금융위의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부정적이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그룹통합감독 역시 내년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법제화가 무산된 바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집단의 동반 부실 위험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내년 도입될 제도다. 삼성과 현대차, 한화, 롯데, 교보, DB, 미래에셋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금융그룹 현장점검을 마친 금융감독원은 지금까지 파악한 현장점검 내용과 금융그룹 위험관리실태 평가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이 무산되면서 공청회 성격의 의견수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도 현장검사 계획은 법 통과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가이드라인 성격의 모범규준을 만들어 현장점검을 벌였으나, 모범규준은 일종의 행정지도인 만큼 건전성 개선 조치가 적발되더라도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금융당국에서는 감독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속을 태우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감독은 당국의 행정규제로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감독권을 남용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영속성을 담보갖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내부통제 감독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일 정기국회 마지막 일정으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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