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노동교육이 필요한 시간
입력 : 2019-03-29 06:00:00 수정 : 2019-03-29 09:08:08
대한민국 국민들은 요즘 다양한 노동 관련 용어에 대해 공부 중이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연일 각종 매체를 타고 쏟아지고 있는 까닭에 자연스레 '열공 모드'가 됐다. 최저임금 논쟁이 불거지면서 뉴스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통상임금, 주휴수당 등이 연달아 오르내린다. 근로시간 단축 이슈에선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선택근무제 등 낯선 단어들이 범람 중이다.
 
물론 노동 관련 용어에 이미 정통한 전문가들도 있긴 하다. 다름 아닌 기업과 노조다. 기업들은 노동 관련 법제도에 따라 경영성과가 좌지우지 되는 까닭에 이 분야에 능통하다. 실생활에서 좀 더 직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대표격인 노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경영계와 노동계는 각자의 입장에서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제는 국회의 노동 관련 이해 수준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일반 국민과 별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국회를 상대로 IT업계에서 바라는 선택근무제 정산기간 확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그제서야 제도에 대한 개념을 잡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전 만난 IT서비스업계 한 중진은 이렇게 토로했다. 국회가 업종별 환경이나 유연근무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논의에 임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일부 예상되는 부작용을 보완하자는 차원의 사회적 논의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관심 있어 하는 탄력근무제 중심으로만 흐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3월말로 종료되는 가운데 최근 IT서비스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데까지는 이야기가 진척됐지만, 사실 탄력근무제는 IT업계의 관심사는 아니다. IT업계는 선택근무제 확대 논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탄력근무제와 선택근무제는 모두 유연근무제에 속한다. 유연근무제란 노동자의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통칭한다. 이 중 탄력근무제는 일정기간을 두고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기만 하면 되는 제도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긴 하지만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가령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노동자들이 더 일하고 적을 때는 업무시간을 줄여 6개월 평균 노동시간을 최대 주 52시간으로 맞추기만 하면 된다. 한편 선택근무제는 탄력근무제보다 더 유연하다. 매일 기본 근로시간을 맞추기만 하면 나머지 출퇴근 시간은 노동자 임의로 조정 가능하다. 다만 현행 기준으로 한달간 총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 기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IT서비스업계에선 프로젝트 막바지에 일이 올리는 업의 특성상 선택근무제가 필수로 여겨진다. 업계에선 근로시간 단축시 이 선택근무제 정산기간이 최소 3개월로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일의 업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 창출분야로 꼽히는 IT 분야에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리란 건 불보듯 자명하다. 일의 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이 같은 흐름에 적응해야 미래산업의 주도권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 법제도가 변화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혹시 그 주된 이유가 법제도를 바꾸는 주체들의 무지 때문이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다. 새로운 업종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서라도 정책입안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근무형태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것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용어도 모르는데 논의에 속도가 날 리 없다. 제대로 된 노동교육의 부재가 뼈아픈 요즘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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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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