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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캠퍼스타운에 벤처밸리 육성…혁신경제로 관악 일으킬 것"
박준희 관악구청장 "청년비율 전국 1위, 226개 자치구 롤모델 될 청년 정책 추진"
2019-04-30 06:00:00 2019-04-30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가 들어선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남북 평화무드와 제로페이의 시작, 유치원 보육대란 등 굵직굵직한 대형 이슈들이 잇따르면서 지자체 역할이 정부를 앞지르는 등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른바 '지금은 자치시대'이다. 그러나 자치분권화 문제는 아직 답보상태로 지자체의 동력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서울 자치구 단체장들을 만나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과 지역의 현안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토마토TV 뉴스카페 생방송 '토크합니다'에 출연한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지면 기사에 옮겼다(편집자주).
 
박준희 관악구청장 29일 합정동 토마토TV ‘김선영의 뉴스카페’에 출연해 구정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구의원 8년, 시의원 8년을 하고 구청장에 당선됐다. 관악구 행정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구의원 8년은 동네를 발로 뛰면서 민생을 피부로 느꼈고, 시의원 8년은 서울시정 속에서 보다 넓은 시야로 구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2008년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림동 고시촌 일대가 슬럼화·공동화된 것이다. 샤로수길에는 원주민과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더불어 관악구가 강남 테헤란밸리와 구로의 G밸리 사이에 끼어 주거 중심의 베드타운에만 머물고 있다. 경제적으로 멈춰있다는 생각을 했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는 걸 보며 매우 안타까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장이 된다면 지역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제구청장'이 되겠다고 했다. 관악구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관악경제 활성화는 크게 4가지 축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첫째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혁신경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을 보면 우수한 대학이 있는 곳에 기업들이 몰리고 지역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도 서울대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서울대 후문 낙성대 일대를 벤처밸리로 육성하고, 서울대와 적극 협력해 대학동에 캠퍼스 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둘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상생 경제'다. 임대료 안정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셋째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주민들과 상생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사회적 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회복에도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은 '청년 경제' 활성화다. 관악구는 청년 인구 비율이 39.5%로 전국 1위다. 청년들의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를 늘리고, 전국 226개 지자체 롤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청년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궁금하다.
전문가인 청년정책보좌관을 영입하고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청년정책과’도 만들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주거 문제의 경우 서울대입구역에 201세대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2021년에 신축된다. 남현동 채석장 부지와 신봉터널 상부에도 청년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악구지회와 협약을 맺고 중개보수료를 감면해주는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낙성벤처벨리를 육성하고, 서울대와 함께하는 대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으로 창업밸리를 만들어갈 것이다. 또, 청년들이 모여서 서로 꿈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인 '청년 문화공간'이 올해 7월 대학동에 조성된다. 5월 11일에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관악 청년축제도' 처음으로 개최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재정자치가'가 필수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악구는 재정자립도가 18.7%다. 이마저도 대부분 중앙정부 매칭 복지비나 인건비로 사용돼, 실제 가용예산은 40~50억원 정도다. 민선 7기 관악구 구정운영계획을 모두 실행하려면 약 1조5800억원이 필요한데 그중 구비는 겨우 800~900억 정도다. 1조2800억원이 시비, 나머지는 중앙정부로부터 외부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는 주민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주민 생활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주민 가까이에 있는 지자체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 구의원 때, 두 평 정도의 작은 사무실을 얻어서 민원불편해소 상담소를 차리고 모든 민원과 정책 제안을 직접 받았다. 그때 경험을 통해 지방자치는 역시 직접민주주의가 맞다고 느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서 마을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던 그리스 아테네처럼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구청 1층에 카페형 구청장실인 '관악청(聽)'을 만들고 매주 화,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직접 민원을 받고 있다. 

직접 민원을 받으면서 인상 깊었던 사례가 있나.
한번은 60대 남성분이 ‘제발 살려달라’며 찾아오신 적이 있다. 심부전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하지정맥류까지 악화했는데 병원비가 없어 퇴원 요청을 받고 온 거다. 긴급복지 의료비를 지원하고, 후원으로까지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12월에는 대학동에 있는 삼성초등학교 등굣길이 위험하다며 학부모들이 찾아왔다. 현장을 살펴보니, 학생들이 폭 6m의 외길을 통해 등교하고 있어 사고위험이 컸다. 관할 경찰서와 협의해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고, 3월 4일부터 등교시간(08:30~09:00) 차량통행 제한을 시행했다.
 
관악구 교통 환경 개선 진행 상황은 어떤가. 
관악구는 교통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옆 구인 동작만 해도 5개의 노선이 지나는데 관악은 지하철 2호선 1개만 지나간다. 열악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림선, 서부선, 난곡선 3개 노선의 경전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서부선이 지난 2월, 서울시 발표로 서울대 정문 앞까지 연장됐다. 신림선과 단절됐던 구간이 연결돼서 서울대 정문 앞에서 환승이 가능해졌다. 또 난곡선도 민자 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신림선 역시, 2022년 2월 개통을 목표로 차질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3개 노선 경전철이 완성되면 관악의 교통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역세권 개발과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도로의 경우 신림 지역과 봉천 지역을 연결하는 신봉터널이 한창 공사 중이다. 2023년 개통이 되면, 남부순환도로의 교통량이 분산돼 교통적체가 상당히 해소될 예정이다.

낙성대 일대를 밴처밸리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다른 밴처밸리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관악구만의 강점은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진 국내 최고의 대학 ‘서울대’가 있는 것이다. 서울대와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하고, 추진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관악 창업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11개 예비, 초기 벤처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한 기업들은 1명당 4㎡ 규모의 공간을 월 1만5000원으로 이용하는 등 저렴한 임대료로 창업 공간을 제공받고, 전문기관의 체계적인 경영 지원도 받는다. 올 12월에는 ‘낙성벤처밸리 앵커시설’도 들어선다.
특히, 오세정 총장이 취임하신 뒤로 서울대와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벤처밸리 조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얼마 전에, 오 총장도 서울대 후문부터 낙성대공원까지 800m 구간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관악 AI 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실무 TF팀을 꾸려서 열띤 논의를 하고,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서울대와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연구소 등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지역주체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에 대해 궁금하다.
관악구는 종사자 수 10인 미만 영세 사업체가 94.5%다. 구청 전 부서에서 과제를 발굴해 30여 개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육성기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이율도 낮춰 소상공인의 자금운용을 돕고 있다. 동네슈퍼를 돕기 위해 2억원 가량의 구비를 들여 종량제봉투 판매이윤을 인상하고, 어린이집 전통시장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노후화된 시장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누구인가 
 
박준희 관악구청장. 사진/관악구
박준희 구청장은 관악구에서 제3~4대(1998~2006) 구의원, 제8~9대(2010~2018)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서울시의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환경수자원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관악갑 지역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관악구와는 1980년대 봉천동 달동네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인연을 맺었다.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에 왔고, 관악구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 결혼을 하고 아이도 키웠다. 구의원 시절에는 의정대상을 받았으며, 시의원 시절에는 교통위원회와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 속해 경전철 사업과 도시개발을 위해 힘썼다. 구의원 시절 민원불편해소 상담소를 차리고 민원과 정책 제안을 직접 받은 경험을 살려 현재 구청 1층에 카페형 구청장실인 '관악청(聽)'을 만들어 매주 화, 목요일 오후 시간에 직접 민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임기 동안 '경제구청장'이 되겠다면서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혁신경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상생경제' △'사회적경제' 활성화 △'청년경제' 활성화 등 크게 4가지 축으로 관악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행=김선영 영상뉴스본부장, 기사=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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