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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베트남이 '제2의 차이나 포비아'가 되지 않길
2019-05-19 18:00:00 2019-05-19 18:00:00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 한국거래소의 베트남 기업 상장 유치 활동 소식을 접하고 잠시 잊고 있던 단어가 떠올랐다.
 
주식시장에 다양한 국적의 기업이 들어오고 그만큼 투자 대상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처음 품었던 기대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 중국 기업의 사례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10여년 전 외국기업 상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유치에 열을 올렸고 2007년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발을 들였다.
 
3노드디지탈은 상장 첫날 코스닥지수가 2% 넘게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뒤로도 며칠간 상한가 행진을 했다. 외국기업 1호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후 중국기업 상장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졌다. 연합과기가 상장 5개월만인 2009년 4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시작된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원양자원의 대주주 주식 편법 증여와 차이나하오란의 2대 주주 지분 처분 등의 소식이 잇따르면서 확산일로에 들어갔다.
 
중국고섬 사태와 완리, 중국원양자원을 거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상장폐지가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차이나는 위험을 넘어 공포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시에 발을 들였던 24개 중국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11개가 상장 폐지됐다. 지금도 차이나그레이트와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음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 둘 중 하나 이상이 국내 증시에서 퇴출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의견 거절을 비롯해 분기 보고서 미제출, 분식회계, 은행 잔고 조작, 상장폐지 숫자만큼 그 이유가 다양한 것도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요인이다.
 
주식을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상장폐지가 반복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조 단위 돈이 공중에 사라졌다.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되는데 거래소도 차이나 포비아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증시의 문을 열고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될 수 있게 하는 권한이 거래소에 있어서다. 여기에는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실기업을 솎아내야 할 의무가 따라붙는다.
 
주식은 교환이나 환불과 같은 방법으로 손실을 되돌릴 수 없는 재산이란 점에서 상장기업을 엄밀히 심사하고 선별할 의무는 다른 어떤 것보다 무겁다.
 
일부의 우려처럼 상장기업 수를 늘리기 위해 '묻지마식' 심사와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 수에 집중하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의 베트남 기업 유치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 '제2의 차이나 포비아', '베트남 포비아'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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