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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제로페이로 하루 살아보니…지갑 없어도 걱정없어
식사부터 커피·식물원 이용까지 "OK"…시민 홍보는 아직 갈 길 멀어
2019-05-20 06:00:00 2019-05-21 15:42:2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지난 주말로 소상공인 간편결제를 내세운 제로페이가 세상에 나온지 150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이런 결제수단은 없었던 만큼 초기엔 가맹점도 적고, 결제방법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엔 10만호 가맹점도 넘어서고, 편의점도, 프랜차이즈도 참여한다니 최근 확산 속도도 남다르다. 처음엔 주위에 가맹점 하나 찾기도 어려웠는데 이쯤되면 제로페이로만 하루살기가 가능할까. 잴 것 없이 직접 해봤다.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하루 제로페이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결제한 내역. 사진/네이버페이 갈무리
 
오전 7시, 30% 싸게 도시락 먹는 맛
 
체험 당일인 지난 17일 출근길, 집이 먼 탓에 아침밥은 못 먹고 나왔다. 대충 짐을 풀고 나와 간단히 라면이든 김밥이든 먹을까하다가 다행히 차가 덜 막혀 시간이 남았던 덕분에 아침메뉴를 도시락으로 정했다. 서울시청과 가까운 세븐일레븐 무교스타점으로 향했다. 이 곳은 비교적 큰 편의점이라 ‘혼밥(혼자 밥 먹기)’에도 적합했다. 오늘의 도시락은 7찬 도시락으로 밥 양도 적당하고 불고기, 닭다리, 계란말이, 콩나물 등 나름 영양 밸런스도 맞는 편이다. 가격은 5000원을 밑돌아 그리 싸진 않았지만 ‘이게 웬걸’ 진열대 옆에 제로페이 30% 할인이 붙어있었다.
 
도시락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제로페이를 모르거나 거부감을 보이진 않을까’ 염려했지만 직원은 친절하게 “QR코드 말고 바코드 보여주시면 돼요”라더니 순식간에 계좌에서 3220원이 빠져 나갔다. 체험의 취지를 살리고자 결제 소요시간을 측정하려했으나 바코드 “띡” 그리고 알림음, 따로 잴 시간조차 없었다. 직원에게 제로페이로 많이 사냐고 묻자 “시청이 가까워 공무원도 많이 사지만, 공무원 아닌 고객도 하루에 10명은 되는 것 같다”며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포스(POS)에 버튼 누르는 것까지 두 단계인데 제로페이로 하면 바코드만 찍으면 끝이라 저희는 더 편하다”고 말했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는 직장인이 한두 명은 아니었다. 다들 약속이나 정한 듯이 창 밖을 바라보고 이어폰을 귀에 꽂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도시락을 해치웠다. 그들 무리에 섞여 7찬 도시락을 먹기 시작해 분리수거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조찬은 아니고 다음 점심식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영양과 맛, 그나마 다행이라면 꽤나 싸게 할인받았다는 점이 속을 든든하게 했다.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세븐일레븐 무교스타점에서 제로페이로 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정산인턴기자
 
낮 12시, 김치찌개+커피, 분할결제도 문제없어
 
오전에 시청에서 시장·구청장 정책협의회 취재를 마치고 헐레벌떡 점심 약속장소인 서울고기집으로 뛰어갔다. 제로페이 부서와 점심 약속이 잡혀있었다. 저녁에 오면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지만, 마음에 점만 찍는 점심인지라 메뉴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동네 점심시간은 늘 그렇듯이 손님도 직원도 모두 바쁘다. 밖에는 다음 손님들이 줄 서있고, 안에는 그야말로 역동적인 식사가 진행된다. 식사를 마치고 제로페이로 결제하는데 분할결제를 요청하자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문제없으니 금액만 맞게 입력하란다. 이 곳은 바코드가 아닌 QR코드로 결제하는 MPM 방식이라 결제확인까지 3~4초 정도 걸렸지만 다행히 째려보는 사람은 없었다.
 
식사를 급하게 했으니 식후 커피라도 한 잔 하러 엔제리너스 무교점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4800원을 분할결제하니 영수증엔 서울페이라고 써있다. 직원에게 물으니 이 점포에서 하루에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손님은 20명 정도로 지금은 MPM 방식이라 정확한 결제금액을 확인하는 부분이 조금 번거롭다고 답했다. 빠르면 내달부턴 엔제리너스에서도 바코드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니 손님은 물론 직원들의 고단함이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길 기대했다.
 
제로페이 부서와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 주제는 역시 제로페이였다. 그 중에서도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보고자료에서 공개된 추진실적이 화제였다. 2월까지 5만개에 불과하던 서울 가맹점 수는 어느덧 15만개를 넘었고, 하루 결제금액도 1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이창현 팀장은 향후 가맹 협의 중인 곳으로 대형마트·백화점·영화관·스타벅스를 얘기하더니 아예 얼마 전 서울 성수동에 문 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블루보틀커피’와도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블루보틀에서 제로페이라니, 그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서울고기집에서 제로페이로 분할결제하고 있다. 사진/김정산인턴기자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엔제리너스 무교점에서 제로페이로 분할결제하고 있다. 사진/김정산인턴기자
 
오후 2시, 서울식물원은 제로페이 체험 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엔 얼마 전 정식 개장한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서울식물원의 유료시설인 온실 입구에 도착하니 제로페이 홍보부스가 따로 설치돼 2~3명의 직원이 앉아 입장객들에게 제로페이 설치와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공공시설인 제로페이로 서울식물원 온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정가인 5000원에서 3500원으로 30%나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제로페이 할인 공공시설은 85개 시설로 내달부터 256개 시설로 늘어난다.
 
할인혜택 덕분에 이날 서울식물원을 찾은 사람들은 무인결제기기인 키오스크가 있음에도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입장권을 사지 않고 먼저 제로페이 홍보부스에 들러 제로페이를 가입했다. 처음이라 어색해하거나 버벅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홍보부스 직원들은 친절하게 각자 원하는 앱으로 사용법을 알려주고 QR코드 인식화면까지 유도해 할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지난 2일 서울식물원에 제로페이가 도입된 이후 제로페이 결제건수는 1만명을 육박하고 있으며, 어린이날 황금연휴엔 유료입장객의 27.9%가 제로페이로 입장했다.
 
아직 키오스크엔 제로페이가 안 되고 유인 매표창구에만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탓에 개장 초기 단 1곳이던 매표창구는 사람들이 몰려 현재 3곳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남편과 함께 서울식물원을 찾은 민선영(38)씨도 이날 제로페이에 가입해 결제했다. 민씨는 “할인되는지 모르고 왔는데 30%나 할인된다고 해서 처음 써봤다”며 “평소에도 가끔 간편결제를 쓰고 있는데 아직 번거롭긴하지만, 다음에도 할인되거나 쓸 상황이 되면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서울식물원에서 제로페이로 입장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김정산인턴기자
 
오후 6시, 야시장은 좋지만, 홍보는 부족해
 
이날은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여의도는 밤도깨비야시장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곳으로 여의나루역부터 한강과 야시장을 찾은 가족·친구·연인들로 가득했다. 여의나루역을 나와 오후 6시 세븐일레븐 여의나루역점에서 맥주 4캔에 1만원을 주고 결제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편의점 역시 하루에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10여명 정도 된다. 워낙 인파가 많아 더이상 인터뷰도 못하고 여의도한강공원으로 휩쓸려 갔다.
 
아직 해가 채 지지 않았음에도 이미 야시장의 어지간한 푸드트럭은 줄 서야 겨우 주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장 인기 많다는 스테이크부터 피자, 곱창, 포케, 크레페, 반미, 초밥까지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다. 어디가 맛있는지 몰라 한참을 돌아다니다 야시장의 터줏대감이라는 ‘허클베리핀’에서 하와이안 쉬림프를 주문했다. 주문받는 직원에게 물으니 하루에 제로페이 결제건수는 2~3명 정도로 줄 설 정도의 인기에 비해 아직은 모자랐다. 직원조차 “종이 뽑을 일이 줄어 저희는 좋은데”라고 긍정적으로 얘기했지만, 다른 푸드트럭을 돌아다녀도 이날 결제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네이버와 제로페이의 이벤트 알림 배너가 있긴 하지만, 넓은 야시장을 입간판 두 개로 알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도 야시장에선 혼맥하지 않아도 됐다. 하와이안 쉬림프 하나만 먹기엔 뭔가 부족했지만 야시장 루프탑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뒤섞여 각자 시킨 피자, 돼지고기, 치킨 등을 나누자 금세 훌륭한 루프탑 파티가 만들어졌다. 한강과 야시장 무대에선 번갈아가며 분위기 있는 공연이 열렸고, 한강엔 석양이 지며 다른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풍광을 만들었다. 이날 야시장을 두 딸, 아내와 함께 찾은 이석준(40)씨는 “밤도깨비야시장은 처음 왔는데 볼 거리도 많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제로페이를 아직 써보진 못했는데 장점을 더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세븐일레븐 여의나루역점에서 제로페이로 맥주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정산인턴기자
박용준 기자가 지난 17일 여의도한강공원 밤도깨비야시장에서하고 제로페이로 음식을 구매해 청년들과 먹고 있다. 사진/김정산인턴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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