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선을 돌리자
입력 : 2019-05-23 07:00:00 수정 : 2019-05-23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시절이 하 수상하다. 한반도 주변의 미국과 중국, 일본은 한시도 촉각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패스트트랙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39주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 등의 정치일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국은 적폐청산 정국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에서부터 온 국민이 양쪽으로 나뉘어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지지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아무런 법적·행정적 권한이 없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헌법이 보장한 제1 야당의 정당 해산을 요구하고, 그에 반발해 여당 해산 맞불청원이 등장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청원 숫자에 박수치고 환호하는 나라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정치 과잉이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빈 상가·공장이 증가하는 데도 경제기조가 성공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달나라에서 온 것인가'라는 비난만 자초할 뿐이다.
 
북핵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건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우리가 소외되는 '패싱'이다. 더 나쁜 건 한반도가 우리도 모르는 새 미중일의 이해관계 속에서 요동을 치는 데도 우리는 바깥으로 시선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겪으며 나라를 뺏기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신미양요 직후 조선은 일본을 견제하려고 미국과 '조미 통상수호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합방 수순을 빠르게 진행시켰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114년 전인 1905년 일본 내각총리인 가쓰라 다로와 미국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는 조선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비밀 약속을 했다. 미국은 당시 조선과 미국 간 조약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필리핀 지배를 보장받는 이익을 맞바꿨다. 이 밀약 이후 일본은 곧바로 을사늑약을 체결, 통감부를 설치하고 조선을 식민 지배했다. 강대국끼리 '조선은 일본 것'이라는 합의가 진행되는 데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국제 정세에 둔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어느 미일 정상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4~6월에 세 차례나 상대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상황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기억나게 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트럼프도 아베는 '내 친구'라면서 공공연히 자랑하는 게 못내 수상쩍게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한미관계는 이 정부 이전과는 크게 변화됐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균열이 난 지 오래됐다.

그렇다고 우리 편이 생긴 것도 아니다.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된 것도 없다. 중국과의 사드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앙금이 누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아베 총리가 18일 기업인들과 골프를 쳤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25일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정상외교'를 앞둔 아베 총리의 배려다. 아베 총리는 3박4일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물론 함께 골프를 치고 스모경기를 관람하며 만찬을 함께 했다. 28일엔 일본이 항공모함급으로 개조한 호위함 '가가'에 승선. 미일동맹을 과시할 예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또 다른 전장은 미중 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은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회사로 발돋움한 중국 '화웨이'로 튀었다. 화웨이에 대한 미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의 글로벌 전략은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은 삼성 등 화웨이와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수혜 가능성도 예상된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미중 갈등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보다 만만치 않을 중국의 반격카드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거린다면 우리가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트럼프의 화살이 어디로 날아들지 알 수가 없다.

이미 동북아시아 구도에 대한 '아베-트럼프 밀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대립 구도에 일본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으로 북핵 등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구도가 짜인다면 우리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 있다. 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에서 우리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국익보다 앞서는 목표는 없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치 지도자들의 시선이 국내에서 대외로 돌려졌으면 좋겠다. 잠시라도 비행기를 타고 나가 한반도를 바라보면 우리가 간과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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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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