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조진구 "일본 통상보복, 자국 기업에도 영향…한일 양국 대화해야"
"과거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 바뀌는 중…'대북제재 느슨' 불만도"
한국 정부 대응에 아쉬움도…"'신중 검토' 입장, 지나치게 수세적"
입력 : 2019-07-09 06:00:00 수정 : 2019-07-09 0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일본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비판발언을 내놓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조용한 대응' 기조를 벗어나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이 모든 상황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대상 배상판결에서 시작한다. 일본 전문가인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 후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항조치를 내놓겠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해왔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이 문제를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우리 정부가 내놓은 '한일 양국기업 자발적 출연금 조성을 통한 피해자 배상' 방안을 두고는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해 5월31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교 미타캠퍼스에서 열린 ‘2018 한반도 국제포럼(KGF)-일본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협의 해보자' 대응했으면 상황 달라졌을 수도"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대상 배상판결이 내려지자 일본 정부는 올해 1월 우리 측에 외교적인 협의를 요청해왔다. 우리 정부가 응하지 않자 지난 5월에는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다. 지난 1965년 양국 정부가 체결한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한일 기본조약)에 따른 조치였다. 한국은 중재위 설치요청 답변기한(요청 후 30일)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한일 양국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재원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는 즉시 거부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가 매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만 한 것은 지나치게 수세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초 외교적인 협의를 요청해왔을 때 '서로의 생각이 다른데, 한 번 협의를 진행해보자'는 식으로 대응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대법원 판결 후 한국 정부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하고, 전문가와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해 연내에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안내놨다"고도 했다.
 
문제는 또 남아있다. 한일 기본조약에 따르면 한일 중 한쪽의 중재위 설치 요청에 상대측이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다시 30일 내에 양측이 합의하는 국가를 통해 중재위를 구성토록 하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달 19일부터 다시 한 달 내로 중재위 설치 협의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그에 맞춰서 다음 조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통상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조 교수는 '한일 양국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 조성' 제안에 대해서도 "절차도, 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용 자체가 빈약할 뿐만 아니라 한참이 지나서야 발표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한국 정부가 한일 기업에 의사를 물어봤거나 접촉을 했는지 여부도 확인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 한에서만 배상한다는 것인데,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를 일본이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은 피해자 배상이 이미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다 완료됐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우리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에 대해서는 "이게 WTO 제소 대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일본이 왜 이렇게 강한 조치를 내놨을까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일본이 생각하는 심각성이 다른 것"이라고 전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일간에 어떤 형태로든지 대화가 필요하다”며 “장관급·국장급 협의채널을 풀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본 강경대응, 국내용' 의견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국내용'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물론 정치적인 고려는 물론 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아베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과 일본 외무성의 외교청서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과거 일본은 한국을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나라', '중국이나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로 인식했었다"며 "이 두 가지 문제에서 점차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적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 선박들의 해상 불법환적 문제에 대해 한국이 너무 느슨하게 대응한다는 불만이 일본의 조치를 촉발한 측면도 있다는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보복조치 관련)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일 간에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으며, 무역관리 규제를 한국 측이 계속 허술하게 할 경우 무역관리제도가 적절하게 운용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고 전제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이제까지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 대상 수출·입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는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자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로 전용이 가능하다는 우려까지 했다는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조치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조 교수는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우호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 교수는 한일 간에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의 이번 조치가 자국 기업에까지 피해를 끼칠 영향이 있으며, 그렇기에 대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이 700억달러 가량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일 무역에서는 250억달러 정도가 적자다. 그 대부분이 일본의 부품·소재 관련 물량이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우량 국가이며,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서로 아쉬운 점이 있기에 대화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셔틀외교'를 복원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느냐"며 "상황은 다시 바뀔 수 있다. 통상·외교 등 사안마다 장관과 국장급 협의채널을 풀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우리 정부의 10년간 매년 1조원씩 반도체 소재·부품개발 투자 방침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 자체적으로 능력을 갖춘 기업들을 육성하고 대일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일본도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조어도) 분쟁으로 희토류 반입이 어려워지자 수입 다각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 지금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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