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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조국 분열 예언했던 ‘기생충’
2019-08-29 00:00:00 2019-08-29 17:07:44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향한 대중의 여론이 대한민국을 두 조각 냈다. “조국 힘내세요조국 사퇴하세요란 실시간 검색어로 나뉘어 다툼을 만들고 있다. 입각 후보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만큼이나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그만큼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2019년 대한민국 최대 핫이슈 중 하나일 게 분명하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조 후보자를 향한 대중의 논란과 흐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단 점이고, 적어도 청와대라면 이런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서 충분한 대비가 있었어야 했단 점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몇 달 전 영화 한 편을 통해 예견됐다.
 
우선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이다. 그리고 영화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영화를 보고난 후의 대중반응, 즉 여론의 흐름이다. 한국영화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기생충’. 봉준호 감독은기생충을 통해 이른바가진 자’(이선균)갖지 못한 자’(송강호)의 민낯을 고스란히 들춰냈다.
 
기생충을 보고 난 후 여론의 흐름을 기억하는가. 영화 속 숨겨진 장치들을 찾아내며 수많은 해석을 쏟아냈다. 대중은 기득권과 비기득권 대결구도로 영화를 해석하면서 우리 사회 계급 구조화를 전면에 꺼내 분노를 토해냈다. 날고 긴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안의 '인싸'들은 보란 듯 앞 다퉈 기생충에 대한 논평을 쏟아냈다. 영화를 만든 봉 감독의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언제나 가진 자만 악인이 되곤 했던 영화 세계 속에서 갖지 못한 자 역시 선하지 않단 점을 말 그대로보여주기’하려 했을지도 모르고, 세상의 여러 해석처럼 기득권의 삶 역시 비기득권에게 기생하고 있단 점을 부각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대중의 해석이다. 대중의 의식이 향하는 방향이다. 대중은 기득권에 분노했다. 기득권이 기득권일 수밖에 없는 사회 계급 구조화에 반기를 들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기생충을 통해 불거진 계급 구조화에 대한 분노가 조 후보 가족 문제로 점화되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두 조각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계급화 돼 있는 사회에선 평등한 기회도, 공정한 과정도, 정의로운 결과도 존재할 수 없다. 그 모든 건아름다운 환상일 뿐이고영화적 판타지에 불과하단 점을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대중이 분노하는 건 조 후보자 개인이 아닌 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급구조화란 것을 알아야 한다. 이미 시대의 반영물인영화가 먼저 그것을 보여줬다. ‘그것은 시스템이란 괴물의 민낯이다.
 
기생충에서 기택은 장남 기우(최우식)에게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와 청와대도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계획이 있을까. 아직 봉준호의기생충상영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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