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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공룡 배달앱, 수수료 상한 필요
2019-12-19 18:20:11 2019-12-19 18:21:35
공룡 배달앱이 탄생한다. 국내 배달앱 1, 2위 업체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손을 맞잡으면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13일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키로 발표했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딜리버리히어로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100%에 육박한다.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11월 국내 배달앱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인수 시 확보한 국내 사용자는 111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배달앱 사용자의 98.7%를 차지한다. 이미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 상위 업체를 보유한 만큼,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하면 절대적인 위치에 오른다.
 
이번 인수합병 발표에 독점 시비가 쏟아지는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향후 거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사 합병이 중개수수료 인상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현재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으로 주문을 받기 위해선 매월 월정액의 광고비를 내거나, 매출액 일부를 중개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이외에도 3~4%에 이르는 결제수수료를 비롯해 배달앱 상단에 노출하려면 추가 광고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선 자체 주문앱 활성화로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치킨업계 등에선 가맹점주들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주문앱을 도입한 바 있다. 기존 배달앱보다 수수료를 낮춘 자체 주문앱을 통해 가맹점의 부담을 낮추는 시도였다. 그러나 최근 자체 주문앱 활성화는 더딘 상태다. 각 업체들이 자체 주문앱을 마련했지만 본사 측에선 기존 배달앱에서 동시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 주문앱은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인상을 견제하는 기능이 있다.
 
물론 이번 인수합병이 실제로 이행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필요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같은 심사를 염두에 두고, 내년 중개수수료를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또한 쿠팡 등 해외 자본 O2O 기업의 국내 시장 침투를 막기 위해선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명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이 같은 주장을 인용해 시장획정을 O2O 서비스로 확장할 경우 합병이 승인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향후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승인되더라도 최소한 자영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달앱 수수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배달앱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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