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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승객 휴대폰 보관하다 기소된 택시기사 행위 위법 아냐"
"증인 진술 기반 무죄 판단 뒤집으려면 현저한 사정 있어야"…원심 파기
2019-12-29 09:00:00 2019-12-29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승객이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보관하던 택시기사의 행위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현저한 사정이 없으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2월 A씨가 택시 안에 떨어뜨린 휴대폰을 다른 승객으로부터 건네받은 후 이를 A씨에게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휴대폰을 분실한 것을 알게 된 후 이틀간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는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A씨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피고인이 휴대폰에 대해 불법 영득 의사를 가지고 영득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2018년 3월2일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1일 오전에 휴대폰을 보니 전화가 온 것 같은데, 전화기가 특이한 건지 잠금이 열리지 않아서 전화가 걸리지 않았고 배터리가 8% 정도밖에 안 남아서 그날 이발소에 가서 충전하려고 했는데 충전이 되지 않았으며, 그 후에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무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발소를 운영하는 B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이 휴대폰을 꺼내면서 택시에서 손님이 놓고 내렸는데, 충전을 좀 해달라고 했다.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였는데, 이발소에 있는 동안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 배터리가 6%~7% 정도 남아 있었고, 당시 가지고 있는 충전기와 맞지 않아서 충전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 피고인이 휴대폰을 영득할 의사였다면 이발소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하거나 충전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2심은 무죄 판결을 뒤집고, 김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진술에 의하면 잠금이 돼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반면에, 당시 배터리 용량으로도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충분할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피고인의 변소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휴대폰에는 당시 잠금장치가 돼 있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은 평소에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자주 사용하는 사람인데, 이 사건 휴대폰의 전원은 2018년 3월1일 오후 무렵까지 켜진 상태였으므로 A씨가 한 통화 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모두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B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은 1심이 B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 모습, 태도, 뉘앙스 등을 관찰한 다음 그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 가치를 인정해 내린 판단을 뒤집을 만큼 특별하거나 합리적인 사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경찰에게 B씨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등 그에게 연락하면 피고인의 결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과 태도에 비춰 볼 때 B씨의 1심 증언 내용이 피고인 때문에 왜곡된 허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휴대폰의 특성, 피고인의 연령, 이 사건 휴대폰을 보관한 이후에 보인 피고인의 행동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이 휴대폰에 잠금장치가 돼 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휴대폰을 이용해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B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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