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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총선 맞수)충북 동남 4군, '3선 도전' 박덕흠 vs '노무현 사위' 곽상언 대결 관심
박근혜 전 대통령 외가 있는 동남 4군…'친노-친박' 양대 프레임에 충북 정치권 요동
2020-02-02 06:00:00 2020-02-02 06:00:00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21대 총선에서 충청권 최대 격전지로 동남 4군이라 불리는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현역인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과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북 동남 4군은 친박(친박근혜)계 박 의원이 3선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선거구다. 곽 변호사는 지난달 16일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충북도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같은 달 22일에는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동남 4군에서는 '친노 대 친박' 간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 4군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16년 만에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 곳은 박 의원의 지역구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 옥천군이 포함돼 민주당에서는 험지로 분류된다. 2004년까지는 이용희 전 의원(당시 열린우리당)의 지역구였으나 이 전 의원이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꾼 뒤에는 민주당이 한번도 깃발을 꽂지 못했다.
 
곽상언 변호사가 21대 총선에서 충북 동남 4군(보은·옥천·영동·괴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현역인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과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왼쪽)한국당 박덕흠 의원·곽상언 변호사. 사진/ 뉴시스
 
20대 총선에선 박 의원이 56.68%로 43.31% 득표율의 민주당 이재한 후보를 앞섰다. 표 차이는 1만2199표다. 앞서 19대 총선에서도 이 후보는 박 의원에게 패했다. 당시 박 의원은 40.67%를 얻어 30.93% 득표율을 보인 이 후보를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 후보는 2번의 선거 패배 후 피선거권까지 박탈됐다. 이번 선거에서 박 의원은 여유롭게 3선 도전을 준비했고 그동안 민주당은 동남 4군에 보낼 인물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19·20대 총선에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5선 이용희 전 민주당 의원의 아들 이재한 후보가 박 의원에게 내리 패하면서 인물난에 시달리던 차에 곽 변호사의 등장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3선에 도전하는 박 의원에 맞설 대항마가 마땅치 않던 민주당 입장에선 추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 입어 선거 운동을 벌인다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곽 변호사는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다들 노무현 대통령 사위로 불렀다. 곽상언 이라는 제 이름 석자로 제 소명을 찾겠다"며 "그 것이 수 많은 이들이 따르고자 하는 어르신의 큰 정치와 뜻을 이어가는 길일 것으로 믿는다"고 출마 의지를 다졌다.
 
충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충북 영동군은 100년 이상 제 조상께서 사신, 제 조상의 넋이 있는 고장"이라며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험지라고 한다. 하지만 기꺼이 제 정치를 조상의 넋이 깃든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 시작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성공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제 43회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 생활을 해왔다. 현재 법무 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국정 농단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박 전 대통령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민주당 당무 감사위원으로 위촉됐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 씨와 결혼해 '대통령의 사위'로 불리며 유명세를 치뤘고, 변호사로서는 최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가정용 전력 누진제 관련 부당 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번 총선 출마는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 중 처음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사례가 된다. 반면 '홀로 서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쌓은 기반에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많다. 결국 평가는 유권자들 손에 달렸다.
 
여기에 이 지역구에서 내리 재선을 할 만큼 탄탄한 지지 기반을 확보한 박 의원을 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선을 노리는 박 의원은 19·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중앙 정치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왔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위원장을 지내면서 지역의 조직도 탄탄하게 쌓아갔다.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과 간사·예결산특별위원회 위원·정책위 부의장·총선 기획단 위원 등 당 내 요직도 두루 거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 지역에서 정치 신인인 곽 변호사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할만 하다"며 "(곽 변호사의) 출마로 동남 4군이 전국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는데, '친노 대 친박' 양상으로 치열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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