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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무거운 짐 함께 짊어지며 이겨나가자
2020-03-04 06:00:00 2020-03-04 06:00:00
최근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본 적이 있다. 남대문시장의 건물주들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만나서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KTV 동영상이었다.
 
남대문시장 건물주들이 입주해 있는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깎아주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영선 장관은 거듭거듭 감사를 표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상인을 대신하는 감사였다. 건물주들도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신천지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겁먹고 있을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금 소비자들은 감히 외출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머무르려고 한다. 재택근무하거나 격일로 출근하는 기업도 많다. 그런 까닭에 전국의 상인들은 손님이 뚝 떨어져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2일 열린 당정협의 과정에서 "일단 굳게 버텨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홍 부총리의 그 울먹임은 홍 부총리 혼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바로 이럴 때 입주상인들로부터 받아야 할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착한 임대료'의 물결은 전북 전주에서 시작했다. 그 소식은 곧바로 전국으로 알려졌다. 이제 그 물결은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임대건물을 소유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속속 임대료나 관리비를 깎거나 아예 일정 기간 받지 않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임대료를 3월부터 3개월간 30% 인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충북 진천에서는 향교도 동참했다. 진천읍 내 향교 소유 상가 건물 3곳의 세입자 13명에게 이달부터 임대료를 50% 깎기로 했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지난달 28일 노사공동선언물을 통해 보유부동산의 임대료를 한시적이나마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도 뒷받침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대책을 발표하며 '착한 임대료 운동'을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자발적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가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런 갸륵한 노력은 아랑곳없이 신천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창궐한다. 확진자는 벌써 4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또한 20여명에 이른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도 역시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달 28일에는 하루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시가총액 56조원이 날아갔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주 5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5000여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사실 이런 불안과 동요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뜻밖이다. 어쩌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빛난다.
 
최근의 경제적 동요는 한국이 이미 여러번 겪어봤기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체력을 근본적으로 약화할 만한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도 지난달 수출은 15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민이 하기에 따라 신천지 코로나19 사태도 머지않아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다만 지금은 정부가 날마다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를 모두 드러내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문제가 다 드러난 다음에는 본격적인 치유 국면이 시작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의 동요도 차츰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서는 시민의 활기가 되살아나고 웃음도 되찾을 것이다. 20세기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명작소설 '페스트'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모두가 광장에서 한데 어울려 춤이라도 추고 싶어질 것이다.
 
국민의 소비심리도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그사이 미뤘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상인들의 영업도 회복되고, 임대료를 다시 원상회복해도 될 때가 올 것이다. 건물주에게는 임대료 수입이 회복되는 것 이상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커다란 선물도 기다리고 있다. 입주한 상인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마음을 전달받을 것이니, 참으로 소중한 선물이다. 하루살이 같은 인간의 한평생에서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선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선물을 주고받게 될 때까지가 문제다. 홍 부총리의 말대로 모두가 버텨내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은 참으로 무거운 짐이다. 그럴수록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고 함께 짊어지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런 마음으로 서로 도우며 잘 견뎌내야겠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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