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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선거연합 정당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20-03-10 07:00:00 2020-03-10 07:00:00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최근 4·15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선거연합정당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선거연합정당을 미래통합당의 '위장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구분을 잘 못 하는 경우도 본다. 그러나 선거연합정당은 위장정당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평소에 독자적으로 활동하던 정당들이 선거 시기에 연합해서 후보를 내고, 선거 이후에는 다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정당정치가 발전한 해외 다른 나라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1996년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한 뉴질랜드에도 이런 연합정당이 있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선거연합은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다. 선거 시기에 급조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 위장정당과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지금 선거연합정당이 필요하게 된 이유는 '표의 등가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의 가치가 동등하게 인정되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만약 미래한국당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통합당이 위장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졌다. 미래한국당이 40%도 안 되는 정당득표율로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중에서 60%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표심의 왜곡현상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이른바 선거연합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적 소수정당들이 연합정당을 구성해서 유권자들이 선거연합정당에게 표를 던지게 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의 가치도 인정되게 된다. 미래한국당이 가져갈 의석 중에서 10석 정도가 선거연합정당으로 옮겨오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 사이에 생기는 괴리현상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거연합정당이 가져온 의석을 소수정당에게 배분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소수정당들이 국회에서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민주당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되, 자신들의 의석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셈법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의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도 이런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작지는 않다. 현재 상태에서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6~7석의 비례대표 이상은 욕심내지 않겠다는 얘기들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다시는 위장정당이 탄생하지 못하도록 선거제도를 손보는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21대 국회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점이 많이 드러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온전한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다.

그와 함께 선거연합정당이 가진 다른 장점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거연합정당은 자기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던 정당들이 선거시기에 협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연합이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물었던 정책 중심의 정치가 가능해지는 일이 된다.

예를 들어서 최근 그린뉴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글로벌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도 그린뉴딜을 의제화하고 정의당도 그린뉴딜 정책을 주창했다. 녹색당은 이미 그린뉴딜 정책을 제1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물론 그린뉴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고, 세부정책에 관해서도 각 당의 견해 차이가 있을 테다. 그렇다면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이런 정책적인 차이들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정책들을 정리해서 발표할 수게 된다. 이런 식의 정치야말로 지금 한국에서 필요한 모습이다. 선거연합정당이 단순히 표의 등가성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정치를 정책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선거연합정당의 성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많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소수정당들도 내부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이라는 '꼼수'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가 무너지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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