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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손해배상'…"'가해'·'손해' 관련성 입증돼야"
"민법상 고의·과실로 타인에 손해 가하면 배상 책임 있어"
2020-03-10 16:32:22 2020-03-10 16:32:22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를 어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법무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하자 법조계는 자가격리 이탈 사례가 늘어나 시설폐쇄 등이 빈번해진 만큼 국가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가격리 위반에 따른 '가해'와 '손해' 간 인과관계를 법무부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많아 당장 다수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등에 근거,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감염병 환자로 의심된 자가 자가격리나 입원치료 조치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법무부는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증 의심자 또는 확진자가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하는 사례가 빈발해져 감염병 확산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해 추가적인 방역조치를 하게 하거나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등 국가에 손해를 유발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5일 영상 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무부가 손해배상 청구 카드까지 꺼낸 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 강남구청은 논현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를 감염병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던 중 이달에 두 차례 무단으로 외출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경북 포항시도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은 코로나19 확진자 2명을 적발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7400명을 넘자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 주변에 질병을 감염시킨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전재경 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본인이 코로나19 확진자임을 알고서도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했다면 '고의', 만약 본임이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았다면 '과실'"이라며 "'자가격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위반해 주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켰다면 불법이고,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의 이번 손해배상 청구 검토의 취지는 코로나19 확산 책임에 대한 구상권 청구의 성격도 포함된다. 구상권이란 다른 사람의 채무를 변제해 준 사람이 원래의 채무자에게 당시의 변제 금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해 채무 상환권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특정 시설에 계속 출입할 경우 방역당국은 추가 확진을 막기 위해 이 시설을 일정 기간 폐쇄하게 된다. 만약 이로 인해 이 시설과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를 손해배상을 통해 보상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비슷한 사례는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다. 참사 이듬해에 정부는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상대로 사고 수습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 전 회장 일가에 참사 책임을 인정, 유 전 회장 자녀들이 1700억원을 정부에 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주요 감염원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 목소리가 늘자 법무부의 손해배상 청구 방침이 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법무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자가격리 위반에 따른 '가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무부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필요한 절차가 많아 다수에 대한 대규모 손해배상 등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법무부 측은 "손해배상 청구는 구상권 청구의 의미를 갖지만, 신천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인과관계 입증 등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며 "법무부의 방침이 꼭 특정 단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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